웜비어 부모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신청을 거절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서신. [사진 6ㆍ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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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2일 방한하는 북한 납치 피해자 오토 웜비어 부모의 대통령 면담 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14일 알려졌다. 이미일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이 요청한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의 문 대통령 면담 신청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하는 이미일 님의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려운 점이 있다”는 답신을 보냈다.
국가안보실은 “이미일 님의 뜻을 잘 받아들여 정책에 참고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이미일 님의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측은 “청와대가 북한 정권에 아들을 잃은 부모에게 한 마디 위로도 없이 면담을 거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웜비어 부모가 면담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단체가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해 오토 웜비어 부모님을 비롯한 일본과 태국이 피해자들과 면담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행사 시각이나 장소, 행사 내용, 구체적인 참석자 등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2016년 북한 평양으로 관광을 나섰다가 그해 1월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체제 전복 혐의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17개월가량 억류돼있던 그는 이듬해 6월 미국으로 귀환했지만, 6일 만에 숨졌다. 청와대가 웜비어 부모와의 면담을 거절한 것과 달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9월 웜비어 부모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위로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만남을 거절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북·미 실무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멈춰있는 상태에서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웜비어 부모는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 참석차 방한한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북한 어민 2명을 강제로 북송한 것과 맞물려 ‘인권 변호사’인 문재인 대통령이 유독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오토 웜비어는 북한의 극악한 인권유린 참상의 상징으로, 그로 인해 세계가 북한의 잔혹성에 다시금 눈을 뜨게 되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일부러라도 찾아가야 할 곳을 마다하는 이유는 단 하나 북한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이 실종된 문재인 정권에서 탈북자 한 번 안 만나는 대통령다운 행보다. 북한 눈치만 보고 국민 눈치는 보지 않은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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