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농업 성장’ 통해...쌀 생산 2위국 달성 2007년 WTO가입 후 외자유치 활성화, 경제활로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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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경제를 말할 때 빼 농을 수 없는 것이 도이머이(쇄신) 노선이다. 1987년 시작된 도이머이 정책은 지금 베트남 경제발전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흔히 쇄신, 개혁으로 표현되는 ‘도이머이’는 ‘바꾸다’라는 뜻의 동사 ’도이(doi)'와 ‘새롭다’라는 뜻의 형용사 ‘머이(moi)'의 복합어다. 즉, ‘발전의 요구에 부응하여 낙후, 지체 상태를 극복하고 보다 진보적이며 전과는 다르게 바꾸는 것 또는 그렇게 바꾸다’라는 의미의 정책 슬로건이다.
도이머이 직전 1980년 초반의 베트남 국가통계를 보면 경제성장은 연 1.9%인데 반해 인구는 2.4%씩 늘어나 식량난이 심각했다. 심지어 수도인 하노이에서조차 식량난이 일어났다. 당시 하노이 사람들은 “밤이 되면 온 집안이 물 걱정을 하고 아침이 되면 온 나라가 집안 걱정을 한다”는 자조석인 풍자곡이 유행되기도 했다. 베트남어에서 물은 나라와 의미가 같은 단어다.
경제학자였던 도이머이의 창시자 응우옌득끼언의 정책 입안 후, 응우옌반링 베트남 서기장은 1987년 도이머이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침체된 국가경제를 개혁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도이머이 개혁을 입안한 응우옌 반 링 전 베트남서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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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도이머이 노선을 채택한 직후 가장 큰 수혜를 받은 분야는 농업이었다. 1988년 정치국 의결 10호에 따라 농민에게 적용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작지의 공급은 ‘농촌에서의 생산력을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당시 식량난에 허덕이며 1988년 45만t의 쌀을 수입했던 베트남은 불과 10여년 만인 2000년에는 350만t의 쌀을 수출하면서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이 되는 성과를 거둔다.
다만 2000년대 중반까지 베트남은 농업분야를 제외하고 공업과 서비스업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지는 못했다. 소유제를 도입하고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해 발전을 이루어 나갔지만 세계표준과 비교해 기술력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이를 발전시킬 만한 자체적인 투자여력도 부족했던 탓이다.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2차 도이머이 경제노선은 일대의 전환기를 맞았다. 세계무역기구(WTO) 권고안에 따라 국제규격이 도입되면서 각종 제도와 법안들이 철폐됐다. 이후 세계적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제 수준에 이르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농업분야를 넘어 공업, 서비스업의 발전이 가속화됐다.
2차 도이머이 개방 모델에서 주목할 점은 베트남이 해외투자뿐만 아니라 아세안관세동맹, 국제금융기관 차관 지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도 경제 활로를 찾았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를 토대로 도로,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자하면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임금제도가 개혁돼 시장상황에 맞춰 임금이 책정되면서 국민의 실질소득이 늘어났다. 시장가격의 경우 정부가 규정한 이중가격제는 존재하지 않게 됐다. 금융 분야는 그간 정부의 독점형태로 진행됐지만 외국계 은행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금융 분야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베트남으로 몰리는 FDI ‘주목’··· 정부정책 일관성도 한몫
정부, 국영기업 민영화 지속 추친 1만2804개→103개 목표
최근 베트남 경제의 최대 화두는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국영기업의 민영화’다. 도이머이 개혁·개방 이후 베트남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외국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FDI 관계법령은 도이머이 이후 수차례 개정됐다. 1987년, 1990년, 1992년, 1996년, 2005년 그리고 2014년이다. 특히 2014년 개정된 투자법은 WTO 가입 후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구분하지 않고 국제규범에 맞춰 여러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이 신흥국으로 급부상 중인 동력에는 FDI가 있다. 베트남은 지난 수년간 주변 아세안 국가들보다 월등히 많은 FDI를 유치했다. 심지어 역내 경쟁국인 태국도 베트남에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하며 베트남을 향한 FDI에 힘을 실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FDI다. 그간 베트남의 FDI 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수년간 수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부터는 중국이 1위로 올라섰다. 한국과 일본의 투자액이 대폭 줄었다기보다는 중국의 투자액이 대대적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아시아 최대 경제대국 중국의 FDI가 늘고 있다는 건 베트남 경제에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아울러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베트남정부 최대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2011년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베트남은 2011년부터 꾸준하게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2015년까지 478개 국영기업의 IPO(기업공개)를 단행하고 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했다.
앞서 세계은행은 베트남리포트 2035(Vietnam 2035 Report)를 통해 “2035년도까지 베트남이 중상위 소득 국가로 도달할 수 있는 길은 국영기업을 통한 국가의 상업화를 하루빨리 축소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은 아직도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국영기업이 갖고 있다. 특히 담배, 전력, 통신, 석탄, 원유, 천연가스, 농업, TV 등에서는 90~100%에 달하는 독점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2011~2015년에 이어 2016~2020 민영화 마스터플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방, 공안, 원자력, 항공 등 전략적으로 국가가 소유해야 하는 핵심국영기업 103개를 뺀 모든 국영기업을 민영화한다는 것이 핵심골자다. 이 조치에 따라 2017년 상반기에만 22개 기업이 민영화됐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의 지속적인 민영화로 만성적인 정부재정적자를 개선해 국가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또한 견실한 국영기업을 필두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대외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언 기자 un7star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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