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위안부 피해자 측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재판이 3년 만에 열렸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 측은 출석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부를 향해 무릎을 꿇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유석동)는 13일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21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3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소송을 제기한 길원옥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출석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도 법정에 나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 측에선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판을 시작하며 "일본 정부도 공시송달을 통해 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이라도 일본 측이 소송 절차에 참여해서 소송의 적법성 등을 적극 주장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 재판부도 충분히 고려한 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일본의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내고 처음으로 한국 법원에서 재판이 열리게 됐다"면서 "피해자들의 연령을 고려했을 때 일본을 상대로 한 마지막 배상청구 소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단지 금전적 배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약 75년 전 침해 당한 피해자들의 존엄과 가치, 자율권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이 자행한 반인륜적 행위를 사법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으로 법정은 한때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재판장이 '위안부 피해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라'고 말을 건네자 이용수 할머니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일본이 당당하다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한다. 재판에 안 나오는 일본이 죄가 있다"면서 "저는 아무 죄도 없다. 14살에 끌려가 일본 부대로 갔고, 그곳에서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공식적 사죄와 법적 배상을 30년 동안 90살 넘도록 외쳤다"며 "저희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이날 재판을 마치며 "이 사건에는 '주권면제'라는 장벽이 있다"며 "원고 측 대리인단에서는 설득력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다음 재판은 내년 2월5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이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이 가입한 헤이그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고, 올해 5월 9일 자정부터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효력이 발생해 3년 만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은 이 사건 외에도 1건이 더 있다. 2013년 8월 피해자 12명은 일본 정부에 1인당 1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정 실패로 2016년 1월 정식 소송으로 전환된 후에도 재판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상태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