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접수 거부로 재판 지연되다가
공시송달명령, 3년 만에 첫 재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오른쪽) 할머니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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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저희 살려주세요. 너무 억울합니다.”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열린 재판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부 앞에 넙죽 엎드리며 울부짖는 목소리로 외쳤다. 삽시간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14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전기고문 등 갖은 고초를 겪다 해방 후 가까스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90살이 넘도록 고통 받고 있다”며 “일본은 당당하면 나와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유석동)는 1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 할머니 외 19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2016년 12월28일 소장이 접수되고 3년여 만이다.
3년 만에 첫 재판이 열린 것은 일본 정부의 비협조적 외면 때문이다. 곽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협정’에 반발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일본 측은 당시 협정으로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소장을 접수하지 않는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이에 법원은 3월5일 공시송달명령을 내렸다. 소송서류를 법원 게시판에 일정 기간 동안 게시한 뒤, 해당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해 재판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 민법상 규정이다. 국내는 2주, 외국으로 보내는 공시송달은 2개월이라는 규정에 따라 재판부는 5월9일 자정부터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 재판을 시작하게 됐다.
피해자 측 소송 대리인단의 이상희 변호사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중 한국법원에서 열리는 첫 재판”이라며 “피해자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단지 금전적 배상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권 회복을 위해 법정에 서게 됐고, 일본이 저지른 행위가 반인륜 범죄였음을 사법부에서 확인 받으려 한다”고 소송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도 일본 측 관계자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금이라도 일본이 참여해서 입장을 적극 주장하면 재판부가 충분히 고려해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위안부 문제는 해결이 끝난 일”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향후 재판에서는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권 면제’원칙이 적용되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피해자 측은 일본군 위안부를 모집ㆍ동원한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가 한반도에서 이뤄졌고 불법성이 큰 반인륜적 범죄인 만큼 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음 재판 기일은 2월5일이다. 소송대리인단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피해진술을 연구해온 한일 전문가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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