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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화성 8차 윤씨 재심청구 근거는?…'이춘재 자백·가혹 부실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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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형사법 420조 1·5·7호에 근거"

윤씨 "나는 무죄, 명예 찾겠다…지금 경찰 100% 신뢰"

뉴스1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서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52)와 이주희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11.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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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 복역한 윤모씨(52)가 형사소송법 제 420조에 근거해 13일 재심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윤씨는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이주희 변호사, 재심 조력가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라고 쓰인 서류봉투를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윤씨의 재심청구 사유를 형사법 제 420조 Δ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 5호) Δ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 1·7호) 등을 근거로 삼았다.

형사법 제 420조 5호를 살펴보면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될 때'라고 적시됐다.

화성 8차 사건에 대한 이춘재의 자백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당시 감정서가 형사법 제 420조 5호에서 명시한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라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인 이춘재(56)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도 지난 10월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한 이후부터 이춘재만이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진술들이 경찰에 의해 확보됐다.

8차 사건의 피해자 박모양(당시 13)의 방 내부로 침입한 경로, 박양의 사건 당시 관련 방 구조, 장갑 등을 끼고 목을 조른 흔적 등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진술들이 이춘재의 입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화성 8차사건 당시,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기법을 통해 검출된 감정서 역시, 현재 전문가들이 다양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부분도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에 포함됐다.

박 변호사는 이윤근 노동환경연구소 박사의 말을 인용하며 "당시 국과수 감정서 중 티타늄, 구리 등 함량만 놓고 보면 오히려 이춘재가 근무했던 전기회사의 작업환경이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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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52)와 재심 조력자인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 이주희 변호사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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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제 420조 1호는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해 위조 또는 변조된 것이 증명된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라고 돼 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가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이라고 밝혀졌을 때부터 도마에 올랐던 당시 수사관들의 가혹행위와 부실수사에 대한 부분은 형사법 제 420조 1호와 7호에 각각 관련있다고 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수사관들은 윤씨를 쪼그려뛰기나 사흘 동안 잠을 안재우는 등 가혹행위는 물론, 허위 진술조서 작성 및 영장없는 현장검증까지 경찰의 불법행위가 만연했다"고 했다.

이어 "초등학교 3년까지만 다녔던 윤씨가 한자와 어려운 단어의 결합 등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보이는 흔적이 당시 수사기록에서 여럿 확인됐다"며 "당시에도 시행중이던 헌법상 권리인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진술을 받아낸 것은 공무원이 직무를 남용해 윤씨에게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씨는 재심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앞서, 수원지법 인근에 위치한 변호사회관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칠준 변호사는 "한 사람의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당시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은 하나도 제대로 작동된 것이 없다"며 "변호인단은 윤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물론, 화성 8차 사건으로 온 사회가 확증편향에 빠진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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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52)와 재심 조력자인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 이주희 변호사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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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9월16일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8차 사건으로 윤씨는 청주교도소에서 20년간 수감생활을 다하고 마침내, 30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청구는 '원판결의 법원이 관할한다'는 형사법 제 423조에 따라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윤씨는 13일 불편한 다리를 힘겹게 이끌고 수원지법에 도착했다.

수원지법은 화성 8차 사건이 일어나던 이듬해인 1989년 10월 윤씨에게 살인, 강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법원이다.

지난 2003년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윤씨가 한차례 접었던 재심의 준비를 16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다시 이뤄냈고 윤씨는 이에 대해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이어 "저는 무죄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다. 무죄를 받고 명예를 찾는다면 그걸로 족하다"며 "당시 경찰은 무능하다고 보지만 지금의 경찰은 100% 신뢰하고 잘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법원이 정당하게 무죄를 밝혀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도소에 있었을 때 나와 대화를 잘해주시고 상담도 잘해주신 교도관님, 종교 위원님과 복역한 이후 3년 간 나를 보살펴 준 뷰티풀라이프 원장님,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분 그리고 저희 늘 최선을 다해 살라고 말씀하셨던 누님까지 모두 감사하다"며 "내가 이렇게 걸을 수 있게 해준 나의 어머니를 존경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의 가족(외가)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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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8차 사건 범인으로 잡혀 20년 수감생활을 한 윤모씨(52)가 자필로 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2019.11.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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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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