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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日 정부 상대 위안부 피해자 소송 시작…한일관계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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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전남 담양군 담양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고 곽예남 할머니의 노제가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 사진이 평화의 소녀상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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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배상청구 소송이 13일 공식적으로 개시된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한ㆍ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법적 판단이 추가로 나오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5부(부장 유석동)는 이날 오후 5시 원고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씩 배상하라며 청구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연다. 소송이 제기된 것은 2016년이지만, 피고인 일본 정부가 소장 접수를 거부해 공시 송달 등 절차를 거치느라 첫 기일을 잡는 데 3년 가까이 걸렸다.

소장 수령까지 거부한 것으로 미뤄 일본 정부는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상 민사 소송에서 당사자가 소장 송달을 받았으면서도 불출석하면 자백으로 인정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공시 송달을 택한 경우에는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는다 해도 자백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원고의 입증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원고들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며 2015년 한ㆍ일 간 위안부 합의로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이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물어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이번 재판에서는 ‘주권 면제(sovereign immunity)’ 원칙을 법원이 인정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권 면제, 혹은 국가 면제는 국제법상 통용되는 원칙이다. 국제법상 주권 평등의 원칙에 따라 어떤 주권 국가도 다른 나라의 법정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일종의 특권이다.

다만 과거에는 행위에 상관없이 배상 주체가 국가일 경우 주권 면제를 인정하는 경향이었다면, 최근에는 상대적 주권 면제 적용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가 차원에서 자행한 반인도범죄 등에 대해 판단을달리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 이탈리아 법원이 “국제적 범죄에 대해서는 주권 면제 특권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포로로 붙잡혀 독일의 군수공장에서 구금된 채 강제노역을 했던 이탈리아 국적자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제기한 사건에서였다.

이번 사건에서 일본에 대해 주권 면제 특권을 인정해줄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결정에 달렸다. 피고인 일본 정부가 이를 따로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 및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 재판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대법 징용 판결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한ㆍ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또 한 번의 고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ㆍ일 간에 이번 소송과 관련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판부가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밝힐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한국 국내의 문제”라며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이 건은 각하돼야 한다고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또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협정에 의해 모두 해결이 됐고, 특히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에서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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