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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터뷰]한만위 민족사관고 교장 "대학서열화 원인, 자사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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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지식인 양성 아닌 세계적 인재 양성 목표"

"생존 위한 다툼 해볼 것" 법적 대응 검토

뉴스1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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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뉴스1) 권혜민 기자 =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립형사립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 방침이 교육계뿐 아니라 전국민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강원도 유일이자 국내 대표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에서도 우려가 크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민사고가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되면 비평준화 지역임을 감안해 강원지역 내에서만 지원자를 받아 학교장이 선발하는 형태로 바뀐다. 현재는 전국에서 150명의 학생들을 매년 선발하고 있다.

민사고의 개교기념일이자 입학식날인 3월1일,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자신을 희생해 세상을 밝히는 초 같은 헌신 정신을 되새긴다. 학교는 단순한 엘리트 지식인이 아닌 지덕체를 갖춘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다. 대학을 잘 보내기 위한 입시위주의 학교가 아니냐는 건 큰 오해다.

교육부의 자사고 폐지 방침은 민사고의 설립 정신 등 학교의 근간과 생존을 뒤흔드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학교 안팎에서 나온다. 일반고 전환 정부 방침에 대한 한만위 민사고 교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일반고 전환이라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고 전환은 사재 1000억원을 털어 학교를 설립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설립 목표는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 양성이다. 횡성 작은 마을에 있는 민사고는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재양성에 기여해 왔다. 민사고 재학생 전원이 횡성으로 주소를 이전해 지역 인구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생 모집이 될까 의문이다. 일반고 전환은 학교문을 닫으라는 것이다.

-고교 서열화의 원인으로 자사고가 지목되는 것에 대해.

▶서열화 문제의 이유가 사립학교의 문제냐는 것이다. 서열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대학을 잘 가기 위한 것이다. '스카이' 대학을 어떤 학교에서 몇명 보내냐고 한다. 일반고에서 얘기하는 것은 우리도 보내고 싶은데 똑똑한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서열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고등학교의 서열화는 없어지지 않는다. 작고 만만한 자사고 때문에 서열화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일반고로 만들어도 그 안에서 좋은 대학 가기 위한 서열화는 계속 있다.

-우려되는 것은.

▶강원도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는데 어떻게 강원도 학생만으로 정원 450명을 채울지가 의문이다. 교육부의 일반고 전환 방침은 사립학교가 가진 고유의 교육철학과 설립 목적을 무시한 처사다. 일반고로 전환돼 모집을 강원도에서만 한다면 또 다른 학교 서열화가 되고 또 다른 사교육 열풍이 불 것이다. 획일화된 교육현장이 될 것이다. 졸업생 2200명의 절반인 1000여명을 세계 우수대학에 보낸 인재교육 프로그램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전국에서 학교를 모집하기로 하고 설립 허가가 났다고 하는데.

▶1993년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을 당시 교육청은 정부의 고교교육체계 개혁사업의 추진방침은 일반계고교의 신설을 가급적 억제토록 돼 있고 본 도의 학생수용 여건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학교신설이 불필요한 형편이나 교육발전을 위한 귀하의 열의와 학생모집이 전국인 점을 감안해 1개교의 설립계획만 검토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기로 하고 시작한 학교다.

-학교의 존폐를 지역사회와 떼놓고 볼 수 없는데.

▶학교가 일반고가 되어도 명성은 그대로 간다고 했을 때 강원도에서 150명을 뽑는다면 횡성의 작은학교 몇 개가 없어져야 하는 위기가 있을 수 있다. 비경쟁지역이니까 시험을 쳐서 온다고 치면 오히려 다른 일반고등학교와의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반고 전환이 답은 아니다. 설립 당시 강원도교육청은 강원도에 학교가 필요없다고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인구는 줄어들었는데 가능하겠는가. 민사고 학생들이 안흥면 인구의 14%다. 150명이 빠져나가면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다.

-교육부의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에 대해.

▶고민도 없이 급하게 왔다. 평등으로 가기 위해 이런 학교(자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좋지만 공존하고 상생하려면 평등 만큼 자유도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와도 얘기할 것이다. 언제는 다 해줄테니 돈을 투자하라고 하고 정권이 바뀌니 이제는 우리와 안맞으니 그만하라고 한다. 자사고가 없어졌다가 또 필요하다고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는가.

-향후 계획은.

▶일단은 현재의 시행령이 없어지게 되면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를 할 것이다. 일반고 전환은 학교 입장에서는 없어지라는 얘기다. 대안으로는 영재학교나 대안학교로의 전환이 있지만 쉽지 않다. 생존을 위한 다툼을 해보려고 한다.
hoyanar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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