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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합의 들어 ‘성노예’ 표현 쓰지 말라는 일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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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이 올해 외교정책방향을 담은 ‘2019 외교청서’에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하는 것이 사실과 다르며 한국 정부도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기록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4월 발표된 ‘2019 외교청서’가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외교부는 11일 일본 측 주장에 동의해준 적이 없다고 반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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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9월3일 촬영된 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중국 쑹산에서 포로로 잡혀 지친 표정을 하고 있다.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제공


◆ 일본 2019 외교청서 “성노예 표현 사용해서는 안 돼…한국 측도 확인”

일본 외무성은 ‘2019 외교청서’에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점은 2015년 12월 일한 합의 때 한국 측도 확인했으며 해당 합의에서도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지난해 외교청서에는 성노예가 사실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 입장이 담겼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박근혜정부의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한국 측의 동의가 있었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런 일본의 주장에 대해 지난 5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에 따라 과거사에 대응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새로운 일왕이 즉위했는데 새로운 시대에 극우파들의 주장을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며 “일본은 전범국가가 아니었고 위안부 문제는 절대 전쟁범죄가 이니었다는 극우파 주장을 강화하는 계획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에도 한국 정부가 성노예 표현 금지에 동의하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7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태스크포스)가 지난 위안부 합의를 검토한 결과 일본의 성노예 표현 금지 요청에 대해 “(한국 정부가)성노예 표현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인 점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이라고 확인했다”라고 돼 있다. 통상 한자권 국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서양 등 국가에서는 ‘성노예’(sexual slavery)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1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본 정부는 1932년에 ILO 29호 협약을 비준하는데 이는 강제노동, 즉 노예노동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성노예라고 했을 때는 명확하게 다른 여러 가지 국제법 위반사실도 있지만 일본 정부가 이미 지키기로 비준했던 그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또 한 번 이렇게 부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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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 “동의 사실아냐…이미 엄중하게 항의했다”

외교부는 성노예 표현을 쓰지 않는 것에 한국정부가 동의했다는 일본 외교청서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리 정부가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한다고 했을 뿐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일본 외교청서가 나왔을 때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이 성노예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1996년 유엔 보고서(일명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는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가 피해자에게 사죄,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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