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 대상 변론기일 13일로 잡혀
일 국제법 위반 내세워 불응 방침
이탈리아 ‘국가면제는 위헌’ 전례
대리인 “국제법, 불멸의 원칙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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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 21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기일이 이달 13일로 잡히면서 3년 만에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강제동원에 이어 위안부 피해자라는 핵심적인 역사 문제가 법정에서 다뤄지는 것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일본에 반인륜적 불법행위의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정치적 야합’에 불과하다며 일본 정부에 직접 법적 책임을 묻고 배상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해 1인당 1억원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소송 서류를 접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는데, 한국 법원이 올해 5월 법원 게시판에 공지하는 공시송달을 통해 일본에 서류가 도달한 것으로 간주해 재판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재판이 성립하는지 여부다. 피고가 일본 정부인 만큼, 손해배상 여부에 대한 본안소송에 앞서 일본의 국가면제(주권면제)가 인정되는지 판단이 필요하다. 국가면제란 국내 법원이 다른 국가에 대한 소송에서 민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국제법의 원칙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국가면제 조항을 들어 “한국의 재판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소송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판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국가면제에 대한 새로운 흐름도 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탈리아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했고, 배상 판결도 내렸다. 다만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2년 독일이 제소한 데 대해 “이탈리아가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국제사법재판소 결과에 따라 이탈리아 국회가 페리니 판결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법개정을 했으나, 이번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나서 2014년 10월 “중대한 인권침해에 국가면제를 적용하게 되면 피해자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된다”며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국제법이 불멸의 원칙은 아니다”라며 “위안부 피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사적인 반인권범죄다. 이탈리아에 이어 국가면제에 균열을 만드는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일이 역사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지 못해 결국 법정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 등에 대해 일본의 사실 인정, 사죄와 반성, 역사교육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소송으로 풀기엔 한계가 있다”며 “양국 정부가 역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피해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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