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왼쪽)이 11일 청와대를 방문해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한국당 경제정책인 `민부론`과 안보정책인 `민평론` 책자를 담은 봉투를 전달한 후 강 수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만찬에서 황 대표에게 민부론과 민평론 책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사진 제공 = 김도읍 의원실]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이 '협치'를 목표로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한 지 하루 만에 여야가 다시 첨예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전환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계기로 향후 정국 현안 처리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과 선거제·검찰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등 쟁점을 놓고 격렬하게 맞섰다. 11일 오전 열린 예산소위는 김재원 예결위원장의 '막말' 논란 속에 시작한 지 11분 만에 정회되면서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11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내년도 예산안 삭감 주장과 '막말 논란'을 두고 맹비난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정부예산안 14조5000억원 삭감'을 주장하는 한국당을 겨냥해 "안보·미래먹거리 예산을 깎겠다는 것은 나라 살림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태도"라며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총선이 다가오며 거짓 색깔론과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며 "한국당은 이성을 찾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한국당의 예산 삭감 주장과 관련해 "한국당은 서민 등을 휘게 하는 '진짜 등골 브레이커 정당'"이라며 "매우 악의적인 삼류 정치선동에 불과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반면 한국당은 임기 반환점을 맞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에 화력을 집중하며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꿀 바른 화려한 독버섯' 같은 정책들, 국민을 현혹해서 오직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게 목적인 정책을 폐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3실장' 기자회견을 겨냥해 "낭떠러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임을 알고도 엔진을 더 세게 밟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집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날 선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11월 이후 국회 일정이 원활하게 운영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이 다음달 2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강경 대치가 예상되는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편안(11월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법안(12월 3일)의 본회의 부의 시점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12일로 예정된 문희상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을 기점으로 '3+3'(각 당 원내대표 외 1인) 협상, 여야 5당이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등 대화 테이블 재가동과 관련한 논의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깊숙한 얘기를 주고받지 않으면 앞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5당 대표 모임인 초월회의 연장선에 있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가동 등을 통해 좋은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기대했다.
[고재만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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