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2020년 ‘대세’는 무엇일까···트렌드 전망 도서 살펴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픽사베이 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듬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해가 지나고 나서 다시 들춰보면 정확하게 ‘예언’한 부분도 있고,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내용도 있다.

2020년의 트렌드는 어떨까. 11일까지 나온 ‘2020 트렌드’ 책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관계’에 대한 전망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이미 가족과 친척 등 전통적 관계가 느슨해지고,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있다. 내년에는 이런 트렌드에 더 속도가 붙고 사회적 변화도 이끌어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 연구소’ 소장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20>(부키)의 부제는 아예 ‘느슨한 연대’(Weak Ties)다. 김 소장은 2012년에 출간한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을 시작으로 8년째 트렌드 분석 책을 내놓고 있다.

책은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의 “2030년이면 결혼 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란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지금은 부담스러운 결혼 제도를 외면하는 대신 동거나 코하우징 문화처럼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는 시대다. 혼인률과 출생률 저하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는다고 가족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1인 가구끼리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취향을 공유하는 각종 살롱 모임과 커뮤니티,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 등 가족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과 이를 지원하는 사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 소장은 “2020년에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대중소비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느슨함’은 가족 등 혈연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과거 가족 이상으로 끈끈했던 회사 문화 역시 느슨해진지 오래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개인이 집단보다 훨씬 중요하고 강력하다. “끈끈한 연대가 없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혼밥, 혼술 혼영, 혼여 등 뭐든 혼자 하는게 이상하지 않다. 대신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연결된 상대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봐 주는 이들이 소셜 네트워크 안에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쓴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위즈덤하우스)은 새로운 관계맺기 중에서도 20대의 방식을 집중 분석했다. 연구소는 2012년부터 20대의 트렌드를 분석한 책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연구소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마이크로 트렌드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류 트렌드로 진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년”이라며 “이들이 반응하고 떠들기 시작하는 것들은 결국 연령과 세대를 초월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궁금해 하고 즐기는 것으로 확산된다”고 밝혔다.

이 책이 관계맺기의 키워드로 선택한 단어는 ‘온라인에서 누구(Who)와도 서슴없이 친구(Friend)가 된다’는 의미의 ‘후렌드(Who+Friend)’다. MZ(밀레니얼-Z)세대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관태기’를 겪으며 관계를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관계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고, 이제는 쉽게 사라지는 휘발성 관계와 소통만으로도 만족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해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반응하는 MZ세대에게는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그리고 자신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으며 나를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향신문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7명이 함께 쓴 <2020트렌드 노트: 혼자만의 시공간>(북스톤)은 소셜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예측한다. 뜨고 지는 키워드를 적시에 포착해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한국에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연관어’는 꾸준히 ‘사람’이 1위, ‘마음’이 2위다. 한국인의 행복에는 여전히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에는 변화가 보인다. ‘사랑’, ‘아이’, ‘가족’의 언급량은 적어지는 반면 ‘친구’의 순위는 2010년 10위, 2014년 8위 등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책은 “한국인들에게 가족은 가장 중요한 존재인 동시에 가장 불편한 관계다. (…) 그러나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는 것이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행복해지려면 여전히 누군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족 대신 친구를 택한다”고 설명한다.

친구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맺어지는 관계이면서, 부부나 연인보다 책임과 의무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전통적인 친구는 동네나 학교, 학원 등에서 만나 가까워진다. 그러나 2016년을 기점으로 친구 연관어 중 ‘학교’의 입지가 흔들렸고 인스타그램이 가장 중요한 매개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친구에게는 ‘인친(인스타친구)’ ‘트친(트위터친구)’처럼 ‘실친(실제로 만나는 친구)’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실친의 의미 역시 과거와 다르다. 기존의 실친은 반 친구, 회사 동기 등 나와 성향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아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의무가 큰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인맥은 사회에서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졌고, 삶의 방식도 다변화하면서 이제는 가까운 곳에 살면서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이지 않고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동네친구’가 소중한 실친이 되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2015년 3분기 이후 ‘동네친구’ 언급량이 ‘학교친구’를 넘어섰고, 2018년 2분기부터는 두배가 됐다.

리서치 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쓴 <2020 트렌드 모니터>(시크릿하우스)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는 ‘1인 체제’ 시대에 역행하는 ‘살롱 문화’를 눈여겨본다. 살롱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맺을 수 있는 관계’다. 동창회, 동문회, 향우회, 사우회 등 귀속적 지위에 따라 만들어진 모임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개인 취향에 맞는 ‘핵심 콘텐츠’가 있는 모임만 살아남는다. 처음에는 콘텐츠로 모였다 하더라도 ‘관계’만 남게 되면 모임 역시 사라진다. 책은 지속가능한 ‘살롱 문화’를 위한 팁을 제공한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과거를 묻지 않고’ ‘지금 당장의 관심사에 집중해야 하며’ ‘정해진 모임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야’ 한다. 또 권력화, 사조직화를 막기 위해 ‘시즌제로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모임의 장을 바꾸는 것이 좋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수십만원씩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함께 운동하는 운동 플랫폼 스타트업 ‘버핏서울’, 취향을 공유하는 유료 회원제 사교 클럽 ‘문토’, ‘취향관’ 등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끼리 모이는 느슨한 커뮤니티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제 막연한 교류나 친목을 목적으로 타인과 만나지 않는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인간관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