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외상 “강제징용 구체적 제안 오면 판단”..제3해법 ‘화해’ 위해 넘어야할 난관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모테기 외상, "구체적 제안 판단하고 싶어"

한국 정부, 물밑서 양측 화해 절차 타진 중

"피해자 설득 관건..日,아직은 뜨뜻미지근"

중앙일보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이 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수 있는 제안을 한다면 충분히 귀 기울이고 싶다”고 말했다.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에 양측이 절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모테기 외상은 “공은 한국 정부에 있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한 말이다.

다만 한국 외교 당국은 모테기 외상의 발언과 관련해 10일 “현 상태에서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물밑에선 제3의 해법인 ‘화해 절차’를 성사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한다.



日 "강제징용 실체적 권리 남아있어"



중앙일보

한국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일 정부가 한발짝씩 양보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각국 사법 판단은 헌정 질서의 문제라서 각자 판결의 효력(기판력)을 상대 국가에 강요할 수 없다. 일본 사법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또 식민지배의 합법, 불법 여부에 대해 뚜렷한 국제 규범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2007년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징용기업인 니시마쓰 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업들 손을 들어주면서도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은 매우 컸다”고 인정했다. 요약하면 ▶1972년 중ㆍ일 공동선언(우리의 한·일 청구권협정)상 ‘전쟁 배상의 요구 포기(제5조)’ 조항에 따라 개인들이 재판 상 구제받지는 못 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강제징용 및 혹사 사실은 인정되기 때문에 실체적 권리가 남아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재판부도 이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니시마쓰 건설은 이를 바탕으로 소송에서 이기고도 피해자들에게 화해 절차로 위로금을 지급했다. 이처럼 판결 이행에 있어선 당사자 동의를 바탕으로 별도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화해 절차의 핵심이다.



로키로 가는 한국 정부..관건은 피해자 동의



중앙일보

6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1+국민성금(α)'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행정부는) 사법 프로세스에 관여하지 못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재판이 진행 중일 때의 말이고, 판결 이행은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늘 원칙론만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이 사안이 민감하고 당사자들이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5년 정부 민관 합동조사 결과 강제징용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20만 명에 육박한다.

화해 절차를 진행하려 해도 당사자들의 의사 확인이 우선이다. 정부는 일단 확정판결이 난 원고들을 위주로 비공식 설득에 나선 상태지만, 이들이 대법원 판결대로 이행을 원할 수도 있다. 한 소식통은 “정부 입장에선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당사자들은 일본 측이 사죄와 성의 표시를 얼마나 할 것인가의 문제기 때문에 결국 정부가 일본을 얼만큼 움직이느냐의 문제도 된다”고 말했다.



"한일 정부 한발짝씩 움직여야"



중앙일보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해 10월 31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재판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화해 절차에 적극적이지 않은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중일 공동성명으로 ‘전쟁 배상의 요구’ 포기를 명시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5억불의 유ㆍ무상 차관 제공으로 사실상의 배상도 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이 주장도 “그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보상은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성격이 아니다’고 주장했던 일본 정부의 입장과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한·일 정부가 한발짝씩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해기업의 진정어린 사죄인 만큼, 한국 정부가 먼저 기금을 마련해 피해자들을 구제하겠다고 나서면서 동시에 일본 기업들은 유감 표명 등 화해 절차에 걸맞는 대응을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