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 대통령의 패키지 소통 행보에 청와대 참모진도 거들고 나섰다.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출입기자단과 브리핑 형식의 간담회를 했다. 세 명의 실장이 기자들 앞에서 합동브리핑을 하기는 현 정부 들어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파격적이고, 그래서 고무적이다. 기자들과의 문답까지 포함해 1시간 남짓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정치, 경제, 외교안보 분야의 현안들이 두루 다뤄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후반기에 임하는 노 비서실장의 각오다. 임기 전반기 성과에 대한 일부 자화자찬식 평가도 있었으나,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이제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정신 승리'가 아닌 손에 잡히는 결과로 답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 하는 정부가 되고,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겸양과 열린 자세가 꼭 실천으로 옮겨지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의 이런 소통 행보는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거론했던 '경청과 성찰'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소통의 가치를 중시했고, 그 덕분에 인기도 높았다. 하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소통은 어느덧 '먹통'으로 변했다는 따가운 비난까지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문 정부가 집권 후반기 시작점부터 대화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모처럼 활기를 띤 소통 행보가 일회성 '깜짝 이벤트'에 그쳐선 안 되고 뉴노멀로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강기정 정무수석의 '국회 스탠딩 버럭 발언' 같은 일이 재발한다면 청와대 소통 노력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하길 바란다. 박근혜 전임 정부의 몰락을 재촉한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로 '불통'이 꼽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현 정부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기본기와 초심에 충실할 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비록 전언 형태라고는 하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년 안에 죽을 것'이라는 등 범여권의 평정심을 흔드는 도발적이고 비상식적인 구태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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