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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게임체인저]"Z세대 잡는 법이 궁금해?" 하루 3시간씩 단톡방서 10대들과 수다 떠는 마켓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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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⑫러블리마켓 김동화 대표, 최재원 디렉터

"매일 3~4시간씩 단톡방에서 얘기해요"

지금 세계는 'Z세대 잡기'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20대를 아우르는 Z세대(정확하게는 1995년~2005년 생)는 전 세계 기업이 보는 신흥 핵심 소비층이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가 2015년 "지금까지는 밀레니얼 세대가 대세였지만 앞으로는 Z세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한 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Z세대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고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등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에 수만 명씩의 Z세대를 모으는 국내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은 흥미를 끌 수 밖에 없다. 행사의 정체는 '러블리 마켓'. 2달에 한 번씩 열리는 Z세대, 특히 10대가 좋아하는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파는 오프라인 마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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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모여드는 오프라인 마켓 '러블리 마켓'을 운영하는 김동화 대표(왼쪽)와 최재원 디렉터. 김 대표는 평소 회사명인 '플리팝'으로 활동해 러블리마켓의 고객들은 그의 얼굴은커녕 성별마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런 까닭에 그는 얼굴을 러블리 마켓 공식 포즈로 가리고 사진 촬영을 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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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켓을 만든 사람은 최재원 디렉터와 김동화 대표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패션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만들고 운영해 온 최 디렉터는 고3이던 2014년부터 다른 10대 셀러들과 함께 오프라인 마켓을 열기 시작했다. 이들이 주로 다뤘던 품목은 교복과 함께 입을 수 있는 1만~3만원대의 스웨트 셔츠나 액세서리들이었다. 당시에도 10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마켓을 열 때마다 2000~3000명이 찾아 왔다.

김 대표와 만난 건 러블리 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한 2년 뒤인 2016년 초부터다. 22번째 러블리 마켓이 열린 한 홍대 클럽의 관계자였던 김 대표가 이들의 가능성을 보고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최 디렉터와 함께 회사를 꾸렸다. 이후 러블리 마켓은 시스템이나 규모면에서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33㎡(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4~5팀이 모여 열던 마켓은 이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나 벡스코에서 6만명 이상이 모이는 거대한 행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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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러블리 마켓에 모인 사람들. [사진 플리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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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만의 취향을 저격하다

러블리 마켓을 찾는 주요 고객은 10대다. 마켓은 이들의 취향을 가장 잘 아는 Z세대 온라인 브랜드 창업가들의 상품으로만 구성하는데, 상품 설명 또한 ‘이거 레알 오져’ ‘커욥커욥’ ‘오나전 띵작’ 같은 10대들의 언어로 한다. 김 대표는 "Z세대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걸 좋아한다"며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10대의 취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젖어 드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품 구성은 최 디렉터가 한다. 그는 "10대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입는 것, 하는 것에 관심이 많지만 또 남들과 겹치는 건 싫어한다. 브랜드 보다는 디자인이 좋으면 산다"며 "주로 SNS에서 회자되는 아이템들에서 힌트를 얻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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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디렉터가 마켓에 나갈 액세서리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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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부터 최대 3만원까지 Z세대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로 맞춘 것도 성공 요인이다. 평소 온라인으로만 소통해온 입점 셀러들이 러블리 마켓을 판매 공간이 아닌 자신의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소통 공간으로 생각하고 작게는 20% 많게는 70%까지 큰 할인폭으로 옷을 팔아 가능했다.

10대의 소통법을 그대로 따르다

하지만 옷을 싸게만 판다고 10대들을 모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평소 10대들과 하는 소통의 힘이 컸다. 최 디렉터는 마켓이 열리지 않을 때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영상·사진·라이브 방송 등으로 취급 상품을 소개한다. 그는 "초반엔 내 개인 팬들이 많이 왔는데, 지금은 러블리 마켓 자체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주로 함께 한다"며 "Z세대 브랜드 대표나 모델과 함께 방송할 때 거울을 보려고 책상에 올려놓은 쿠션팩트를 보고 '언니 그건 어디 것인가요'라는 식으로 물어와 판매 상품과 관계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에는 러블리 마켓의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톡방 3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김 대표가 매일 여기에 들어가 단톡방 '친구들'과 3~4시간씩 수다를 떤다. 그는 회사명이기도 한 닉네임 '플리팝'으로 활동하는데, 지난주 일요일엔 "같이 떡볶이 먹자"라는 말에 실제로 아이들 4~5명이 놀러 와 함께 떡볶이를 먹고 갔다. 김 대표는 "많은 업체에서 '어떻게 하면 Z세대들을 모을 수 있냐'고 물어오는데, 알려줘도 실행을 못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함께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10대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러덕'(러블리 마켓 덕후)이라 부르고, '러마메이트'(러블리 마켓 메이트)로써 스스로 홍보 모델이 되고 입소문을 내는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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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마켓의 홈페이지에서는 참가자들의 스트리트 패션을 찍은 코너 'ㅇㅆㅇㅈ'(인싸인정)와 Z세대의 고민을 풀어주는 '러덕 고민상담소'를 운영한다. [사진 러블리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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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덕 중 선발한 모델로 촬영한 광고 사진(왼쪽)과 참가자들이 후기를 통해 직접 상품을 추천하는 코너로 생동감을 더했다. [사진 러블리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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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쓰기 편한 사이버 머니를 만들다

최근 러블리 마켓에선 주우재 등 유명 모델이 만든 패션 브랜드 '시에스타', 플리스·스웨트셔츠로 10대 사이에서 유명한 'FCMM' 같은 브랜드들이 참가해 1000장 이상씩의 옷을 선보이고 있다. 또 따른 패션 브랜드 '팀제로'는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댄스 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여는 등 여러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입점 브랜드의 수준이 올라가고 참가자도 수만 명씩으로 늘어나면서 결제·입장권 관련 시스템도 Z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구축했다. 돈을 직접 가져오기 힘든 10대의 상황을 고려해 '러마페이'라는 사이버 머니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행사 중 반품을 원하는 참가자의 경우 어디서 산지 몰라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참가자 입장에선 정확한 이력 관리를, 브랜드 입장에선 정확한 판매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BGF리테일과 제휴를 맺어 마켓 입구에서 러마페이를 충전하던 방식에서 전국 1만3000개 CU편의점에서 충전하고 또 사용할 수 있게 충전 방식을 바꿨다.

이들은 앞으로 오프라인 마켓에서 판매하던 상품을 온라인으로 연동한 이커머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 마켓에 직접 오기 힘든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뷰티 브랜드인 '롤리데이', 액세서리 브랜드 '피치베리' 등 PB브랜드의 상품군도 더 강화해 함께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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