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추방 보고’ 적절성 도마에
해경이 8일 오후 전날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왔던 목선을 동해상에서 북측 해상 방향으로 인계하고 있다. 해군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다음 도주하던 이 목선을 나포한 뒤 동해 1함대사령부에 보관해 왔다. 통일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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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경비대대 한국군 대대장이 국방부 장관도 모르는 내용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에게 직보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에서 간부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군 고위 관계자 말이다. JSA 근무를 경험한 복수의 장교에 따르면 JSA는 유엔군사령부 작전통제를 받는 만큼 JSA 대대장은 JSA 내부 일을 한국군 지휘계통이 아닌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한국군 소장)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JSA의 보고 체계가 특수하다고 하더라도 한국군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중대 사안이 생기면 국방부에 별도로 보고하기도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JSA 한국군 경비대대장인 임모 중령이 국방부 장관을 배제하고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한 건 보고 체계로 보든 관행으로 보든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북한 주민 2명이 JSA를 통해 송환된다는 사실은 7일 국회에 출석한 김 차장이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 사진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국회에 출석해 있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송환 계획에 대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김 차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임 중령이었다. 정치권에선 “군 보고체계가 무너졌다” “국가안보실의 월권” 등 논란이 커졌고, 국방부는 이날 전격적으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 야당 “김 차장의 프락치”
군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 군 관계자는 “공개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청와대 직보가 최소 2번 넘게 이뤄졌다. 추가 직보가 여러 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역 장교가 청와대와 직거래를 한 것은 군기 문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군 내부 비판이 임 중령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니었다. 임 중령이 김 차장에게 알아서 ‘자진 납세’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 내부에서 현역 중령이 현 정부 실세이자 까마득한 군 선배에게 지시 없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임 중령은 김 차장의 육군사관학교 21년 후배다. 김 차장이 현역 시절 인연을 활용해 임 중령에게 직보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임 중령은 김 차장이 군에 심어놓은 프락치 같다”고 했다.
○ 안보실에 軍 부글부글
군 내부에서 국가안보실을 겨냥한 듯한 불만이 곳곳에서 나오는 건 김 차장에 대한 군 내부의 불만이 그만큼 많이 쌓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차장은 대통령의 안보 참모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다.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 따르면 NSC 사무처는 관계 부처에 자료 제출 등의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예비역 장성은 “긴급한 상황이라 해도 청와대 안보실이 국방부 장관도 모르는 내용을 현장 지휘관으로부터 직보를 받는 일이 반복되면 군의 지휘 체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김 차장은 6월 북한 목선의 ‘삼척항 해상 노크 귀순’ 사건 때도 월권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합동참모본부의 대언론 발표문에 포함된 ‘삼척항 일대’라는 표현 사용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삼척항 일대’는 군의 은폐·축소 논란을 일으킨 핵심 단어였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김 차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했다. 결국 당시 노크 귀순 사건 은폐 논란도, 이번 ‘직보 사태’도 김 차장이 군에 과도하게 개입하려고 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이 계속 헛발질을 하는 것 같다”며 “6월 목선 사건부터 최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 관련 발언 논란 등 안보실이 연이어 도마에 오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묵묵부답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현역 중령이 청와대로 직보하는 게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확하게 누가 누구에게 (문자를) 보냈는지 모른다. 파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문자메시지가 임 중령이 김 차장에게 보낸 게 맞는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직보 경위에 대한 자체 조사를 개시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효주 hjson@donga.com·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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