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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종교가 말하는 ‘창조자’ 믿음, 편협하고 시시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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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따끈따끈 새책] ‘신 없음의 과학’…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머니투데이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에는 둘째 아들 이반 표도르비치의 신에 대한 논리·논증 부분이 나온다.

이성과 합리로 무장한 이반은 “저 불쌍한 아이들이 고통받는 지금 이 '순간' 기도로 하느님의 은혜를 '실행'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유신론의 증명을 요구한다. 종교의 입장에선 당연히 “그럴 수 없다. 우리의 '신념'이 중요하다”고 되받는다.

종교와 과학은 그 세력의 지배권이 강했던 시기에 따라 우위를 나눠 가졌다. 과학이 지배하는 지금 시대, 종교는 어떻게 해석되고 비칠까.

과학계 지적 논쟁자 4명이 모여 현대 무신론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펼친다. 전투적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 전략적 무신론자 대니얼 데닛, 직설적 무신론자 샘 해리스, 성역파괴 무신론자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그 주인공.

2007년 ‘네 기사’(종교의 봉인이 풀릴 때 나타나는 기사라는 의미)들이 모여 나눈 대화를 담은 책은 ‘정말로 우주를 만든 초자연적 창조자가 있는가?’부터 ‘무언가를 타당한 이유로 믿는 것과 황당한 이유로 믿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까지 다양한 논쟁을 수면 위로 펼쳐놓는다.

이들이 말하는 주제는 명확하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모든 현상은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 노선의 도킨스는 교회가 텅 비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그는 우주에서 초자연적 창조자를 믿는 것은 “좀스럽고 편협하고 시시한 일”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성경’에 대한 무지는 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경을 모르고는 문학, 미술, 음악 등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중한 노선의 데닛은 교회가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 몇 가지 역할을 인정하지만 교회의 관행과 믿음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비주의 노선의 해리스는 이 세상에는 영성과 신비를 위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겸손과 오만의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주제에서 드러낸 도킨스의 해석은 날카롭다.

“팽창하는 우주, 물리법칙, 미세 조정된 물리상수…. 이 모든 것의 결과로 140억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가 존재하게 됐다. 우리가 원죄를 지니고 태어난 비참한 죄인이라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주장도 사실 뒤집어보면 일종의 오만이다. 우리의 도덕적 행위에 어떤 우주적 의미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대단한 자만이 아닐 수 없다.”

히친스는 “종교인들이 항상 그들 스스로 믿음을 시험받고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한다. “저는 믿습니다. 주여, 저의 불신을 도와주소서” 같은 실제 기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많은 사람이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살아간다”고 믿음의 비이성적 행태를 꼬집는다.

데닛은 무신론자들이 흔히 빠지는 오류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찮고 끔찍한 것에 정신이 팔려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의미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늘 딴 데 정신이 팔려있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예로부터 그 차이를 분명하게 지적한 건 종교밖에 없었다. 그것이 우리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는 공평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 데닛은 “항상 균형 잡힌 태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해리스는 “어떤 의미에서 같다는 것은 언론의 전술”이라고 했다.

히친스는 “모든 종교가 똑같이 거짓이라는 주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종교는 이성보다 믿음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거짓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킨스는 “모든 종교에 공평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내가 보기에 모두 그런 식의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없음의 과학=리처드 도킨스 등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펴냄. 208쪽/1만48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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