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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 지하철 이용 도와 드려요”…용인경전철역에 92명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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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봉 들고 호루라기 불며

승하차·계단 이동 직접 안내

도우미 배치 후 사고 87% 뚝

경향신문

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경전철 시청용인대 역사에서 ‘어르신 안전도우미’가 열차가 도착하자 승객들을 안전선 밖으로 안내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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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들어옵니다. 노란선 밖으로 물러 서세요.” 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경전철 시청·용인대역 3층 승강장에서 ‘어르신 안전도우미’ 윤상현씨(71)가 안내봉을 든 채 호루라기를 불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윤씨는 열차가 도착하거나 출발할 때 승객들이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을 한다. 윤씨는 “시민들의 안전한 탑승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노인도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역사 안은 평일 낮시간인데도 이용객들이 많았다. 2층 요금게이트 앞에 있던 또 다른 안전도우미 박영호씨(69)는 북적이는 시민들 사이로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노인을 부축해 승강장까지 안내했다. 박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방향을 찾지 못하기 쉽고 승강장으로 가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넘어질 수 있다”며 “낙상으로 인해 골절이라도 생기면 생명이 위협할 수도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경전철에 어르신 안전도우미가 등장한 때는 지난 6월로, 용인시가 처인노인복지관·용인경량전철과 업무협약을 맺은 후다. 현재 12개 역사에 92명(1개 역사당 2~3명)이 배치돼 있다. 이들의 주 업무는 출퇴근 시간대 질서 유지와 승객 안내이다.

안전도우미는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은 1명당 월평균 36시간 근무하는 대가로 30여만원을 받는다. 사고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3년 개통 때부터 무인시스템으로 운영 중인 용인경전철은 현재 1일 평균 3만5000여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출퇴근, 낮시간대 구분 없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안전선을 지키지 않는 이용객으로 인해 주행하던 열차가 급정차하면서 안전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안전도우미가 배치된 후 이러한 사고는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안전도우미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김모씨(75)는 “안전도우미 때문에 편하게 경전철을 이용하고 있다”며 “역사가 붐비지 않을 때는 주변 정리와 청소 등도 하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23)는 “경전철을 처음 타 본 베트남 국적의 교환학생 친구가 ‘말이 서툴고 방향도 잘 몰라 헤매고 있을 때 안전도우미가 잘 안내해줬다. 한국사람들은 모두 친절한 것 같아 좋다’라는 말을 듣고는 뿌듯했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어르신 안전도우미는 경전철을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과 노인 일자리 창출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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