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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중국의 군망제도와 한국의 본관제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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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고시대를 걸어 나오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중국의 군망제도와 한국의 본관제도 연구 = 안광호 지음.

역사학을 전공해 중국 난카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안광호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이 혈연 제도 일종인 중국 군망(郡望)과 한국 본관(本貫)을 분석했다. 저자가 쓴 다양한 논문을 종합하고 보완해 단행본으로 펴냈다.

그는 중국 청하최씨(淸河崔氏)와 한국 남양홍씨(南陽洪氏)를 표본으로 살펴 두 씨족이 청하와 남양 지역을 떠난 뒤에도 근거지를 잃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어 본관과 유사한 중국 군망 제도를 대부분의 한자어 사전이 '한 군 단위 내의 망족(望族)'이라고 정의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원조의 본적지'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본관 제도가 고려 초기에 시행한 토성분정(土姓分定)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방 통치를 위해 분배한 토성에서 본관이 나왔다는 설은 역사적으로 실체를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본관 제도와는 이질적이다"라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군망 제도가 왜 한국에서는 지금도 존재할까.

저자는 "군망과 본관은 모두 문벌을 숭상하는 풍조가 발달했던 사회의 산물"이라며 위진남북조 지배 계층과 조선시대 양반 사이의 유사성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지식산업사. 396쪽. 2만5천원.

연합뉴스


▲ = 리쉐친 지음. 이유표 옮김.

지난 2월 별세한 중국 역사학자 리쉐친(李學勤)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발표한 논문을 묶은 학술서를 이유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우리말로 옮겼다.

의고시대(疑古時代)는 사실성을 의심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서양 지식을 받아들여 중국 고대사와 전통 관념을 비판한 청나라 말기부터 20세기 초반 사이를 지칭한다.

저자는 1990년대 후반까지 나온 각종 고고학 자료 등을 근거로 '의고'(疑古)와 작별을 고하고, 장구하고 자랑스러운 중국 고대사를 재정립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의고 일파의 고서 진위 판별은 근본적으로 고서를 가지고 고서를 논한다는 결점이 있어서 책으로 하는 학문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며 "이러한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는 고대사를 재구성할 방법이 없다"고 역설한다.

이어 "의고 사조는 사상사에서 매우 큰 진보적 역할을 했지만, 과도한 의심으로 인해 고대사 공백을 채우기 어려웠다"며 펑유란(馮友蘭)이 제창한 석고(釋古)로 의고를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고는 문헌을 해석해 사상적 맥락까지 검토하자는 의견이다.

저자는 한나라 이전 중국의 우주 인식은 철학사와 과학사 측면에서 의의가 있고, 중국 고대 문명은 중원 지역과 변경 지역 문화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됐다는 주장도 펼친다.

글항아리. 680쪽. 3만8천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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