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상상력 길잡이
기술의 발전에 기반한 미래 모습을 그리는 시나리오 작업에는 무엇보다도 과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이전에 디지털 세상, 스마트시티 등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펼친 상상력은 과학소설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대학원 시절에 읽은 <파운데이션>은 특별한 책이다.
이 책은 SF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미래 은하 우주제국의 1만년 흥망성쇠를 주제로 50년간 집필한 책이다. 등장인물 해리 셀던은 은하제국이 3만년간의 암흑기가 올 것으로 계산하고, 이 시기를 1000년으로 단축하기 위해 파운데이션 제국을 설립하기로 한다. 파운데이션 제국은 극도의 물질문명을 지닌 제1제국과 정신능력을 가진 제2제국이 대립한다. 파운데이션의 중심행성 터미너스의 젊은 의원인 트래비스는 이 대치 속에서 진정한 인류의 이상향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우주를 여행하게 되는데 가이아라는 행성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이 행성에서 모든 물질과 생물들은 독자적인 개체를 이루면서도 상호 간에 기억과 의식과 감정을 공유한다. 바위와 모래에도 기억을 나누어 담고, 필요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주변에 퍼진 기억을 모아서 구성한다. 사람의 슬픔과 기쁨은 주변의 사물과 생물과 공유되고 전파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세계인 것이다.
이는 마치 사물인터넷이나 나노물질에서처럼 모든 물질이 처리장치와 메모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하는 미래 스마트시티를 연상시킨다. 주변의 사물들이 모두 모여 집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분산컴퓨팅과 유사하다. 30여년 전에 발간된 이 SF고전에서 제시되는 과학적 상상력이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특별하다.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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