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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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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동맹 거론하며 압박에도…靑 "지소미아 입장 변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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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셋째)이 6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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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위 외교당국자 4인이 한꺼번에 한국을 방문해 방위비 협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대중국 견제 등을 동시에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 측에 일본과의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는 동시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시아아태평양 차관보는 6일 외교부와 국방부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는 지소미아 관련 논의를 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최근 방콕 아세안+3 정상회의 기간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1분 환담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주시하는 과정에서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국방부 정석환 정책실장을 잇달아 만난 자리에서도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꼭 필요하다며 한국의 종료 결정에 불만을 표해왔다. 스틸웰 차관보 역시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지소미아는 미국과 일본, 한국 모두에 유익하다"며 한국 정부에 종료 결정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동참시키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외교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관계와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이날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열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한미 간 협력 등 진전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협력 분야를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경제협의회에는 한국 측에서 이태호 외교부 2차관, 미국 측에서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과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가 대표로 나섰다.

특히 양국이 지난 2일 방콕에서 열린 차관보급 협의에서 두 전략의 협력에 관한 '설명서(Fact Sheet)'를 채택한 데 이어 이날 차관급 회의에서 '공동성명'까지 낸 것은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한국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과 조정을 확대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오바마정부 때의 '아시아 회귀' 전략보다 노골적으로 중국 견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호주, 일본과 함께 역내 협력 국가로 거론했다. 이 세 나라와 함께 △중국의 사이버 공격 △항행의 자유 제한 △해양안보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보고서를 공개한 시점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된 직후로,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패권 확대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날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한미 방위비 협상대표도 6일 한국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하며 한미동맹 및 방위비 협상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을 수렴했다. 드하트 대표는 지난달 하와이에서 열린 협상에서 한국 측이 내년 부담할 분담금으로 지난해의 5배에 달하는 47억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고위당국자들을 한꺼번에 보내 외교 현안을 압박함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동맹을 고려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협상을 해야 하고, 지소미아 역시 종료 결정을 철회할 명분을 일본 측에서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드러내듯 청와대는 6일 스틸웰 대표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각각 한 시간 넘게 면담했다. 청와대는 "이번 면담에서 양측은 지소미아,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현종 차장은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했고 스틸웰 차관보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동맹이 동북아 안보에 있어 핵심축(linchpin)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예정대로 오는 22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입장은 동일하다"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 측이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로 수출규제를 하면서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지난 4일 방콕에서 만난 이후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고 언급했지만 당장 원칙을 바꿀 만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향후 한일 간 후속 협의와 관련해 "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일본 정부 또한 지혜를 모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만원 기자 /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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