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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시작부터 삐끗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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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제로페이' 연계 움직임…소상공인 "절대 안돼"

뉴스1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와 부산참여연대가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로페이 살리려다 부산시 지역화폐가 다 죽는다"며 시를 규탄하고 있다. 2019.10.30 © 뉴스1 박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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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부산시가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역화폐’를 두고 지역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정책 수요자인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 사업 성패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역의 반발은 ‘지역화폐’가 ‘제로페이’와 연계되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역 소상공인, 시민단체와의 소통부재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화폐란?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만 유통 가능한 화폐를 말한다.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경기도, 인천 등에서 발행하고 있다.

다만, 지역을 벗어나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즉 화폐의 편의성에 한계가 생기는 것인데,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화폐 사용자에게 10% 내외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부산시는 올해 300억원, 2020년 3000억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달 25일 부산지역화폐 이름을 ‘동백전(錢)’으로 정하는 등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동백전은 부산시화인 ‘동백꽃’과 화폐를 뜻하는 ‘전(錢)’을 합성한 명칭이다.

◇‘제로페이’ 연계 의심…지역사회 비판 목소리

지역 소상공인들과 시민단체는 지역화폐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초기 지역화폐 발행을 강력하게 요청해 온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거세다. 부산시가 ‘지역화폐’와 ‘제로페이’를 연계해 추진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큐알(QR) 코드를 촬영하거나 바코드를 제시해 결제하면 소비자계좌에서 판매자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매출에 따라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 면제, 소비자에게는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제로페이는 지역화폐와 마찬가지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중 하나다. 다만, 이용을 위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고,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정작 시장에서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이유로 지역화폐와 제로페이를 연계할 경우 효과가 반감된다는 주장이다. 지역화폐 성공을 위해 서비스 초반 '편리함'과 '확장성'이 중요한데, 제로페이는 이 부분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화폐 주요 수단으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QR코드와 달리 일반 카드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충전형 IC카드’를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 ‘공고’…의심 키워

최근 부산시 공고는 상인들의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우선 부산시의 '기본계획'과 지역화폐를 운용할 '운행대행사 제안요청서' 내용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은 2019년 300억원, 2020년 1조원 규모의 사업이 예정됐지만 '운행대행사 제안요청서'에는 2019년 300억원, 2020년 3000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발행유형은 '충전형 선불 플랫폼-IC카드+모바일 연동, 확장형'(기본계획), 충전형 선불플랫폼-IC카드 주, 모바일 보조(제안요청서)로 변경됐다. 가맹점은 'IC카드단말기 가맹점 활용(기본계획), 모바일 가맹점 모집(제안요청서) 등으로 각각 변경됐다.

운영대행사 평가 기준도 비판 대상이다. 제안요청서에는 '카드형 지역화폐 기술표준 및 운영평가'는 중점 평가항목에서 제외되고, 기존 제로페이 가맹점 활용 및 연계방안, 신규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 등이 중점 평가항목으로 지정됐다.

특히 ‘플랫폼에 QR 및 바코드 등 모바일 간편결제 기능 부여’ 항목을 두고는 '제로페이'와 연계하기 위한 수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시 행정과정에서 지역 시민사회, 소상공인과의 소통 부재도 지적했다. 앞선 수차례의 회의과정에서 '제로페이'와 연계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전했지만 사실상 묵살됐다는 설명이다.

◇소상공인 “제로페이 연계하면 행정소송 불사”

지역 소상공인들은 지역화폐와 제로페이가 연계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정식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지역화폐는 초반에 얼마나 이용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미 한계가 확인된 제로페이와 연계할 경우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소상공인들이 초창기부터 충전형 선불 IC카드를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며 "부산시 역시 앞선 회의 과정에서 이 내용을 공유했지만 사실상 외면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지역화폐를 내년 총선 선택 기준으로 삼겠다며 정치권을 향날 날선 비판도 이어갔다. 여기에 앞선 논의과정과 부산시 최근 공고 등을 두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pk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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