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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이하늬 "론스타 사건 시나리오 거부할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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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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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진'으로 이름을 알린 이하늬(36)는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달리며 출렁이는 볼살까지 클로즈업하도록 허용한 배우의 극한 연기에 영화는 관객 1600만명을 모았고, 드라마는 22% 시청률을 찍었다. 미국 최대 에이전시 윌리엄모리스인데버(WME)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할리우드에도 하늬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연기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으로 살기로 마음을 다지고 두 작품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기존과 상반된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섰는데 흥행까지 하다니, 상상할 수 없는 선물을 받은 한 해죠."

그가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론스타 사건 실화를 다룬 '블랙머니(13일 개봉)'에서 냉철한 변호사 김나리로 분했다. 이하늬는 원래 영어에 능하지만 외국어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학했던 사람인데다가 월가에서 일하는 사람이거든요. 한국사람 중에 꽤 잘한다는 느낌으로는 불충분하죠. 경제용어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입에 계속 붙이는 과정을 거쳤어요."

'블랙머니'가 다루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은 잘 몰랐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받아 들었을 때 거부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르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었더라고요. 정지영 감독님께 왜 이 영화를 그렇게 하고 싶었냐고 여쭤봤더니 '이 사건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역할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이하늬는 '부러진 화살'을 본 이후 정지영 감독과의 작업을 꿈꿔왔다. 정작 정 감독은 처음엔 최근 그가 출연한 두 코미디를 보고 '김나리' 캐릭터와는 안 맞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마음을 바꾼 건 다큐형 예능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에서 이하늬가 보여준 진지한 모습 때문이었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눴던 적이 있어요. 저희 아버님보다도 한 살 많은 분인데, 굉장히 소년 같으세요."

데뷔 때보다 연기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남의 연기를 보며 자신이라면 어떻게 연기할지 대입해본다고 했다. "한 배우의 특선을 만들어서 감상해요. 서너 편을 몰아서 보는 거예요. 작품마다 그 사람 얼굴과 연기의 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중국 배우 궁리를 좋아하는데요. 저 장면에서 감독이 어떻게 디렉션을 줬을지, 그걸 궁리가 어떤 식으로 풀었을지 떠올려보죠."

더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분투하면서도 절대 놓지 않는 게 요가와 성경통독이다. 하루에 두 시간을 육체와 정신을 지키는 데 쓰고 있다. "통독은 여섯 번 했어요. 그렇게 부유물을 내려앉히는 시간이 없으면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들어요. 하루만 쉬어도 인생이 형편없이 돌아가는 게 느껴지죠."

여러 가지를 성취한 올해,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건 국악 앨범 제작이다. 국악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야금야금이라는 프로젝트로, 네 곡 정도 들어간 음반을 낸다는 목표다. 국악으로 학사, 석사, 박사까지 한 그는 더 많은 연기자 지망생이 어린 시절 국악에 노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렸을 때 순수예술과 가까이 지냈어요. 국악을 하게 되면 종합예술이 뭔지 느낄 수 있어요. 산조는 판소리에서 온 거라, 판소리를 꼭 공부해야 하고, 한국 무용을 하다 보면 미술을 알아야만 하죠. 무용은 선을 그리는 과정이니까요. 한국말을 어떻게 더 맛깔나게 구성할 수 있는지를 배운 것도 판소리를 통해서였어요.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전통극 교육을 받고 배우로 성장하는데요. 우리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배우들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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