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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단독] 범죄자도 아닌데… 법원, 재판 출석한 변호사 ‘몸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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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가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찾아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몸수색을 중단해 달라는 항의 공문을 접수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일부 법원이 재판에 출석하는 변호사들로 하여금 겉옷을 벗고 몸수색을 받도록 하자 대한변호사협회가 “과도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여성 변호사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례까지 접수되자 변협은 “헌법상 기본권을 위축시키는 조치를 당장 중단하라”며 대법원에 항의 공문을 제출하는 등 물러섬 없는 대응 의지를 밝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이날 오후 4시쯤 대법원을 방문해 “수원고법 등 일부 법원이 변호사에 대해 금속탐지기를 사용해 과도한 몸수색을 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토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정식 제출했다. 변협은 공문에서 “법원이 변호사의 몸수색을 한다는 것은 변호사와 이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사법체계에서 변호사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권위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가 투영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변협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도 냈다.

변협 관계자는 “몸수색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처분”이라며 “강제처분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하는데, 법을 적용하는 법원이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법원 내부 규칙에 따른 것이라면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하는데, 검사는 적용 대상에 빠져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호사는 업무를 위해 법원에 가는 것”이라며 “(법원 내규에 따른) 몸수색 취지에 비추어보면, 재판에 위해를 가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가진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들이 그런 일을 할 리는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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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은 일부 법원의 몸수색 강화 조처가 변호사의 인격권은 물론 변론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변론권 침해는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받는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여성 변호사가 몸수색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사례까지 접수됨에 따라 변협 내에서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된 법원청사 관리내규 13조는 “청사 안의 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출입이나 물건 등의 반입을 제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해당 내규는 일부 개정돼 지난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수원고법은 최근 재판에 출석하는 변호사들이 예외 없이 겉옷을 벗고 몸수색을 받도록 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도 같은 수준의 몸수색을 이날부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래 내부 규정상 실시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서울동부지법처럼 검찰청과 법원이 지하 통로로 연결된 구조일 경우 실시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안 및 법정 안전을 위해 부득이한 측면이 있지만, 전국 법원의 실태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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