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4일 영국 런던 보수당 당사를 나서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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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조기 총선 실시가 결정되면서 영국 정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또 악재가 닥쳤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파의 전략을 막후에서 조정했던 도미니크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과 러시아 사이 수상쩍은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브렉시트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하원 보고서 발간이 총리에 의해 방해받으면서 반발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에밀리 손베리 영국 노동당 그림자 내각 외무장관은 최근 정부에 서한을 보내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3년 동안 러시아에서 생활한 커밍스 보좌관과 러시아와의 관련성, 총리실에 들어가기 전 받은 보안 심사 수준에 대해 질의했다. 특히 커밍스 보좌관이 맺어온 러시아 정치권, 정보ㆍ안보 관련 인사들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를 받았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 국무조정실은 “개인의 보안 승인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는 답만을 내놨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영국 하원 정보보안위원회가 이미 브렉시트 과정에서 러시아가 움직였는지 여부와 러시아가 출처인 자금이 집권 보수당에 흘러 들어갔는지에 대해 조사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총리실은 국가 안보에 대한 광범위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해당 보고서의 출간을 막고 있다. 12월 총선 이전까지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을 목적으로 보인다고 인디펜던트는 해석했다.
총리실의 행동에 대해 반발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다. 도미니크 그리브 하원 정보보안위원장은 “총리가 왜 이 보고서의 출간을 저지하려 하는지 이유를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며 “수개월 동안의 작업이 결국 적절한 응답도 받지 못한 채로 사기가 꺾여 버렸다”고 존슨 총리 측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보고서가 담고 있는) 러시아가 과거 다른 국가들의 민주주의적 과정에 개입하려 시도했다는 사실은 이미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앤더슨 상원의원(무소속)도 4일 상원 회의에서 보고서 발간을 총리실이 부당하게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 버틀러 상원의원(무소속)도 “보고서 작업은 지난 3월 28일에 시작됐다”며 총리가 7개월이 지난 최종 단계에서 훼방을 놓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다가올 총선과 관련 있음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다이앤 헤이터 상원의원(노동당) 역시 “총리가 숨겨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며 존슨 총리를 정조준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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