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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범행 직후 고유정 발언에 방청객 경악, 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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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6차 공판에서 고유정의 계획적 범행임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들을 공개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에 대한 여섯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고유정의 이동 동선이 촬영된 폐쇄회로(CC) TV 영상과 통화 내역 등 고유정의 범행 과정, 사건 쟁점을 확인하며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방식으로 검찰의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우선 고 씨가 졸피뎀 사용에 대한 흔적을 감추려 했던 정황과 증거를 제시했다.

고 씨는 제주에 오기 전 청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으며,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7정을 함께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추후 압수한 5일 치 약봉지에서 다른 약은 그대로였지만,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7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 씨는 유치장에 구속된 상황에서 현 남편을 접견했을 당시 자신의 분홍색 파우치(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작은 가방)가 압수됐는지를 집요하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 남편은 해당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우연히 고 씨의 분홍색 파우치 안에 감기약이 들어있었고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만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경찰에 제출했다.

고 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건 현장에 있던 아들은 피해자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먹었으며 고 씨만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한 것은 고 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가 담겨 있었다.

검찰은 범행 장소에 남겨진 혈흔 형태에 대한 국과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 씨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펜션 내부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뒤 혈흔이 묻은 칼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흔적(정지 이탈흔)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최초 공격이 발생한 다이닝룸에서 피해자가 도망치기 위해 현관으로 이동하기까지 총 15곳에서 앉은 자세와 서 있는 자세 등으로 공격행위가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고 씨가 다이닝룸에서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찔렀을 뿐이고, 도망치다 피해자가 쫓아오는 과정에서 혈흔이 펜션에 묻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 같은 혈흔 분석과 명백하게 배치된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고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시간(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까지)을 전후해 펜션 주인과 통화한 내용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3번에 걸쳐 이뤄진 통화 녹음에서 고 씨의 목소리는 매우 태연했다.

펜션 관련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펜션 주인의 말에 중간마다 웃으면서 고맙다고 대답하는 등 고 씨는 시종일관 밝게 전화 통화를 했다.

특히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 50분쯤 고 씨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며 웃으면서 말하는 부분에서 방청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때는 고 씨가 범행 후 피해자를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었을 시각이었다.

검찰은 "성폭행당할 뻔했던 피고인이, 평범한 여성이 이렇게 태연하게 펜션 주인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고 씨가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과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용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검찰은 "고 씨의 검색 내용은 단순 우연히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 해당 검색 내용을 갖고도 고 씨가 당시 무엇을 생각했고, 다음에 무슨 행동을 했을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고 씨 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요청을 철회했다.

4시간 동안의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동생은 "고 씨가 과거 민사재판에서 그랬듯이 이번 재판에서도 조카를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 가장 큰 피해자인 조카가 법정 안팎에서 더는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고, 이 사건을 평생 모르고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형의 시신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장례로 치르지 못하고 사망신고조차 못 했지만, 고 씨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피해자에게 억울한 누명만 씌우고 있다"며 "형의 목숨은 지키지 못했지만, 명예는 꼭 지켜주겠다"고 밝혔다.

고 씨의 다음 재판은 이달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며, 고 씨를 상대로 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피고인 신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 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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