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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0년간 궁궐 해설… 문화재 지킴이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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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단체 ‘한국의재발견’ 이향우 대표 / 미술교사 퇴직 후 2000년 발 들여 / “궁궐에 이렇게 빠질 줄 몰랐는데” / 대학생·은퇴자 등 약 500명 활동

세계일보

“봉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성이어서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해설을 시작하기 10분 전에는 반드시 현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에서도 네 번 결석하면 바로 쫓겨나요. 문화재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말씨, 몸동작, 해설하기 좋은 위치 등도 배웁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에 가면 고운 한복을 입고 관람객들 앞에서 궁궐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해설사를 쉽게 만난다. 전각의 기능과 연혁, 궁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 등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커진다.

해설 프로그램은 각 궁이 운영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한국의재발견’은 자원봉사 해설을 하는 대표적 문화단체다. 올해는 1998년 발족한 한국의재발견이 ‘우리궁궐지킴이’라는 이름으로 궁궐 안내를 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이향우(66) 한국의재발견 대표는 “궁궐지킴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문화재지킴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며 “어느덧 20년을 채웠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덕수궁 선원전터 미국대사관 아파트 신축 반대운동을 벌였었죠. 2004년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고, 제1회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봉사·활용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궁궐을 시작으로 종묘, 조선왕릉, 성균관, 사직단, 환구단 등으로 봉사영역을 점점 확대했어요.”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하다 1999년 명예퇴직한 이 대표는 이듬해 한국의재발견에 발을 들였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배웠습니다. 역사와 맞닿아 있다 보니 문화재를 좋아했지만, 궁궐에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어요.”

현재 한국의재발견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는 500명에 이른다. 정년퇴직한 어르신도 있고, 대학에 다니는 젊은 학생도 있다.

이 대표는 “전공이나 좋아하는 분야가 제각기 달라서 해설에도 각자 색깔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잘 아는 부분을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만큼 자긍심이 묻어난다”고 설명한다.

한국의재발견은 오는 9일 오후 4시 성균관대 컨벤션센터에서 우리궁궐지킴이 20주년 행사와 21기 수료식을 연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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