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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로봇이 온다

차체 조립부터 엔진 얹는 ‘결혼식’까지…로봇보다 정교한 ‘손’으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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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만트럭버스’ 뮌헨공장에서 본 대형 트럭 생산 과정

경향신문

만트럭버스 독일 뮌헨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차량의 뼈대인 프레임에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만트럭버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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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승용차만큼 차주들이 애지중지하는 ‘자가용’이 있다. 대형 트럭이 그렇다. 대당 가격이 기본 사양만 갖춰도 2억원 안팎으로 벤츠나 BMW 최고급 세단만큼 비싸고, 생계 유지 수단이기도 해 더 많은 손길과 정성을 쏟는다. 로봇 생산이 대세인 요즘도 작업자들이 일일이 볼트와 너트를 채워 ‘공방’처럼 차를 만드는 제조 방법도 이채롭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트럭 메이커 중 하나인 독일 상용차 업체 ‘만트럭버스’ 뮌헨 공장을 최근 찾아 대형 트럭 생산 과정을 살펴봤다.

■ 트럭에 가장 많은 부품은 볼트

디젤엔진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이 근무하기도 한 만트럭은 초창기에는 주로 디젤엔진을 생산했다. 현재 만트럭버스그룹의 중심 공장 역할을 하는 뮌헨 공장도 BMW가 비행기 엔진을 만들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1955년 인수 이후 유럽 등 해외에 판매하는 TGS와 TGX 같은 대형트럭을 연간 4만4400대가량 생산하고 있다.

뮌헨 공장의 조립공장 라인은 프레임 제작 공정부터 시작됐다. 두께가 6~12㎜에 이르는 ‘ㄷ’자 형태 빔을 사다리꼴 프레임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 위에 엔진과 변속기, 차축 등 각종 부품을 장착하면 트럭이 완성된다. 프레임은 용접은 하지 않고 수많은 볼트와 너트 체결만으로 만들기 때문에 조립용 로봇 대신 대부분의 작업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프레임 제작엔 용접 쓰지 않고

수많은 볼트와 너트 손으로 체결


수백개 볼트와 너트를 전동기구로 체결하다 보니 엄청난 소음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이 공장은 트럭만 만들지만 다양한 차종을 혼류생산하기 때문에 볼트를 꽂는 구멍이 제각각 달라 모니터를 통해 일일이 확인한 뒤 조립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슈퍼마켓’이라 부르는 부품 적재 공간에서 일일이 필요한 부품을 카트에 담아 왔다. 슈퍼마켓1에서 픽업한 부품이 모두 장착되면 슈퍼마켓2에서 다시 부품을 담아 조립하는 식이다. 그동안 조립된 프레임은 다음 공정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조립라인에서는 독일의 직업훈련원인 아우스빌둥 학생들도 볼 수 있었는데, 3주 동안 현장실습을 한 뒤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15명가량이 한 팀을 이뤄 작업한다. 오전 6시에 출근한 작업자는 오후 3시에 교대하고, 이때 출근한 근무자는 밤 11시까지 작업하는 2교대 방식이다. 승용차 공장과 달리 여성 노동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형 부품을 옮기고 조립하는, 육체 노동의 강도가 심한 작업 특성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작업 위치 바꿔

지루함 막고 근골격 질환 예방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작업 위치나 업무를 바꾸는데, 같은 일을 오래할 경우 지루해지기 쉽고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트럭 제조에 소젖 짜는 기구가?

제작된 프레임 위에는 차축과 트랜스퍼케이스, 조향 기어, 기어박스,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이 차례로 얹혔다. 서스펜션을 장착할 때는 소젖을 짜는 기구처럼 생긴 대형 드라이버가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이 기계를 사용하면 사람이 조립하는 것보다 품이 덜 들고, 정확한 토크(힘)로 나사를 조일 수 있다고 한다. 만트럭에서는 조립 때의 토크값과 각도까지 기록해 정비 등에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무게가 480~960㎏에 이르는 뒤 차축, 엔진 동력을 전달하는 프로펠러 샤프트를 조립한 뒤에는 트럭을 180도 뒤집는 과정을 거친다. 작업자 3명이 천장에 달린 크레인과 연결된 2개의 두껍고 긴 끈에 프레임을 매달아 올린 다음 끈을 회전시켰다. 마치 들것을 뒤집는 방식과 흡사했는데, 간단했지만 정확하고 안전하게 프레임을 180도 회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프레임 뒤집기 작업은 보기보다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해 작업자를 좀체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뮌헨 공장은 트럭 조립라인과 함께 차축과 차량 앞머리인 캡도 생산하고 있다. 엔진은 인근 뉘른베르크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한다. “상용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과 차축을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것이 고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만트럭 관계자는 설명했다. 프레임이 뒤집어지면 제대로 조립됐는지 1차로 검사를 실시했다. 작업자들은 매뉴얼에 따라 직접 볼트를 조이며 조립 상태를 체크했다. 뮌헨 공장 조립라인은 이 같은 퀄리티 컨트롤 포인트를 4곳가량 두어 조립된 차량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조립라인에는 프레임과 차축 등을 2차로 페인팅하는 도장 공정도 포함돼 있었다. 프레임을 만드는 빔 등 주요 부품은 1차 도장이 된 상태지만 조립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칠을 해 방청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구매자들은 이때 칠해지는 페인트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검은색 섀시를 많이 찾지만, 만트럭은 소비자가 원할 경우 100가지 정도 색상으로 도장해준다고 한다. 실제 프레임에 빨간색이 칠해진 차량도 라인에서 조립되고 있었다. 운전자가 들어가는 공간인 캡도 기본색은 6가지지만 1000가지나 되는 컬러로 조합할 수 있다고 한다.

빔 상태부터 차 완성까지 7시간 반

주요 공정마다 조립 품질 전수조사


도장을 마친 섀시는 540~640마력에 이르는 대형 엔진과 에어탱크, 각종 배선이 추가로 조립되는 과정을 거친다. 승용차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엔진을 차체에 장착하는 공정을 ‘결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트럭의 결혼은 차량 앞머리인 캡이 올려져야 한다. ‘결혼식’을 올린 뒤에야 바퀴를 붙이고 지붕에 에어 스포일러를 달면 비로소 트럭 한 대가 완성된다. 이후 각종 오일과 요소수, 연료 등 액체류를 투입하면 차는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뮌헨 공장에서는 빔 상태부터 시동을 걸 수 있는 완성차가 나올 때까지 7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가끔 조립에 문제가 생긴 차량은 재조립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실제 최종 라인 옆에서 5명의 기술자가 문제 차량을 손보고 있었다.

만트럭 관계자는 “조립라인의 주요한 공정이 끝날 때마다 대표 작업자의 사인과 스탬프가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빠르게 분석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만트럭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뮌헨 |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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