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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미술의 세계

청라언덕은 어떤 음악과 빛으로 다시 태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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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태준이 1922년 작곡한 노래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대구 청라언덕. 97년이 흘러 작곡가의 계성중학교 후배들이 이곳을 음악과 빛 예술로 풀어내는 융복합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대구문화재단·부산국립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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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음악교과서에 나오는 노래 '동무생각'은 한국 서양음악 1세대 작곡가인 박태준(1900~1986)의 학창시절 추억을 담고 있다. 그는 대구 계성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인근 청라언덕에 자주 올랐다고 한다. 이곳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신명고등학교 여학생을 짝사랑했기 때문이다. 1922년 이은상 시인이 그 이야기를 듣고 노랫말을 붙이고 박태준이 선율을 붙여 '동무생각'이 탄생됐다. 그 후 97년이 흘러 박태준의 계성중학교 후배들이 청라언덕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과 미술로 풀어내려고 한다. 지난달 29일 이 학교 1학년 2반 교실에서 경북예술문화원 강사들이 창의예술교육랩 '소리로 춤추고, 빛으로 노래하는 청라언덕'을 진행했다. 4주간 16시간 수업을 통해 학생 19명에게 작곡을 가르치고, 그 결과물을 다양한 빛예술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날 첫 수업에선 음악 강사 서정미와 미술 강사 김재은이 청라언덕 역사와 수업 취지를 설명했다. 1910년 미국 선교사들이 근대 서양식 주택을 지은 후 푸른(靑) 담쟁이(蘿)를 심어 청라(靑蘿)언덕으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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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성중학교 창의예술교육랩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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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성중학교 창의예술교육랩 수업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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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미 강사는 "대구에서 근대 서양예술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러분 선배이자 계성중학교 음악 교사였던 박태준 작곡가뿐만 아니라 오페라 '춘향전'과 '왕자 호동'을 작곡한 현제명 선생님이 대구 출신"이라며 "미국 선교사들이 피아노를 들여와 음악을 가르치고 계성학교 설립(1906년)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音)에 색깔을 지정하고 작곡을 한 후 가사를 붙이고 빛으로 표현하면 미술·음악·문학을 공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은 강사는 "한국 서양미술 1세대 화가 이상정, 이쾌대, 이인성 등이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며 "여러분이 창작한 음악을 다양한 빛깔로 구현하는 과정을 돕겠다"고 말했다.

첫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청라언덕을 어떤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을까. 서민권 학생은 "청라언덕 이야기를 랩으로 만들고 싶다"고 답했고, 정명준 학생은 "랩과 발라드로 작곡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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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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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올해 처음 진행하는 창의예술교육랩은 대구를 포함해 강원도, 부산, 대전, 제주 지역 학생들에게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주고 있다. 지역 예술대학, 문화시설, 예술교육단체 등이 협력해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해 융·복합 콘텐츠를 만든다.

부산국립과학관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과 해양기술, 예술을 결합한 창의융합 콘텐츠를 개발했다. 지난달 26~27일 빛을 이용한 그림자 연극 '쇼 미 더 섀도우', 나무판이나 잎, 천 등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지르는 프로타주 기법과 현미경 관찰 등을 활용한 '촉각이 깨어날 때' 등을 진행해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특히 아두이노(다양한 센서나 부품을 연결할 수 있고, 입출력과 중앙처리장치가 포함된 기판)와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별자리를 만들고, 폴리아티스트(음향 효과를 위해 인공적으로 소리를 만드는 작업)로 별자리 소리를 녹음해 입체화시키는 '내 눈에서 빛나는 별자리' 작업 과정은 쉽지 않은 만큼 보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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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립과학관에서 학생들이 나만의 별자리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구문화재단·부산국립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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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은 과학기술을 활용하고, 강원도 국립횡성숲체원과 강원대학교는 산림을 접목하며, 제주도는 지역 생태를 토대로 융·복합 문화예술 콘텐츠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체부가 지역 기반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역 문화분권 실현'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각 지역에 프로그램을 이관해 주도적으로 운영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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