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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저자 "한국의 위기 극복 지름길은 北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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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인터뷰] ‘대변동’ 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핀란드 모델 따라 한국도 이웃국가와 전방위 대화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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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신간 '대변동'을 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31일 방한해 세계 각국이 처한 위기와 해결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리더의 선택적 변화를 통한 역할론이 중요해졌다"며 "세계가 더 나아지는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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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사실 깜짝 놀랐어요. 좌우 진영 논리, 이념 대립이 미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도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그런 상황은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비슷해요. 하지만 국내 갈등은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편이죠.”

베스트셀러 ‘총, 균, 쇠’를 쓴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지리학) 교수는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대변동’ 출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좌파든 우파든 국민을 한마음으로 모으는 자긍심을 안겨줄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단합’ 제안은 식민지 시절을 이기고 경제 기적을 이룬 ‘자긍의 순간들’, 우수한 문자인 한글날이나 광복절 같은 기념일을 통해 리더가 주도하는 역할론에 방점이 찍혔다.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중요한 건 ‘리더가 국민의 단합을 이끌며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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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사진=뉴시스


외부 위협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그는 핀란드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의 가장 큰 위기는 현재 북한이에요. 핀란드를 예로 들면, 핀란드는 러시아를 이웃국가로 두고도 오랫동안 독립국가 지위를 누릴 수 있었죠. 이유는 꾸준히 러시아와 대화를 했기 때문이에요. 대통령 같은 고위직에서만 끝난 게 아니라, 하위 공무원까지 직급에 맞는 물밑 대화를 이어간 덕분에 오늘날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그 대화를 국민에게 선전하거나 홍보하지 않았어요. 국민은 잘 몰랐지만, 두 국가는 서로 신뢰를 탄탄히 쌓을 수 있었어요. 이 사례를 한국이 배우는 건 어떨까요.”

재레드 교수는 “한국이 외부 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하위 담당 공무원까지 북한의 상대방과 만나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동’은 위기와 그 해결을 담은 문명탐사 결정판이다. 미래의 길을 찾기 위해 저자는 ‘위기’를 정의하고 위기 해결에 영향을 주는 12가지 요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내·외부적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 리더의 선택적 변화가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위기는 선제 대응보다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죠. 핀란드가 위기전담부서를 두며 늘 다가올 위기를 예측하고 진단하거나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럽 각국이 사전에 미팅하며 유럽연합(EU)을 만든 사례들은 위기 대처의 좋은 사례예요.”

최근 미중 무역 분쟁 등 강대국의 힘겨루기 상황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적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재레드 교수는 “꼭 선택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 상황과 유사한 핀란드 사례를 다시 들 수밖에 없는데, 핀란드는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 끼어 양쪽 말을 다 들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어요. 한국으로선 ‘밸런싱 액트’(균형적 행동)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미중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미국은 중국에 대해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패러노이드 차이나’라 불릴 정도인데, 독재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은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는 만큼 심각한 과오도 있죠. 과오를 수정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선택적 변화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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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총, 균, 쇠'에 이어 신작 '대변동'을 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31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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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나이로 83세인 제레드 교수는 1주일에 3번 근육 단련 운동을 하며 UCLA에서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의 역작 ‘총, 균, 쇠’가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유를 묻자, 제레드 교수는 “잘 난 척 좀 하자면 잘 썼고 재미있다”고 으스댔다.

한글책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에 24년 전 처음 방문했다는 그는 “앞으로 책 쓸 일이 있다면 리더십에 관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리더십 문제는 정치, 경제, 스포츠, 종교를 망라하죠. 우리는 지금 세상뿐 아니라, 후손들이 살아갈 2050년에도 세계가 더 나아지길 바라요. 그러려면 무너지지 않도록 리더가 방향을 잘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4, 5년 더 살 수 있다면 책이 나오지 않을까요?”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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