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북중, 주한미군 주둔 인정해야” “제재로 정권 붕괴된 나라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중 수교 70주년 - 한중 전문가 대담]

김동길 베이징대 교수 “이제는 미국이 북한에 기회를 줄 때”

왕준성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한미 군사훈련부터 중단해야”
한국일보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김동길(왼쪽)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 겸 한반도연구센터소장과 왕준성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세계전략연구원 연구원이 27일 베이징대에서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비핵화와 한반도'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가 또다시 삐걱대고 있다. 미국은 압박하고, 북한은 반발하고, 한국은 배제되는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다. 반면 올해 수교 70주년을 맞은 북한과 중국은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관계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반도 문제 연구자인 김동길(金東吉ㆍ56) 베이징(北京)대 역사학과 교수 겸 한반도연구센터소장과 왕준성(王俊生ㆍ39)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세계전략연구원 연구원 간 한중 전문가 대담을 통해 중국의 시각과 한반도 비핵화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담에서 “비핵화를 기나긴 과정으로 인식하고 북미가 하나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번에는 미국이 북한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주고, 미국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과 북한도 비핵화 이후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미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하는 데 부담이 덜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 비핵화에 먼저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왕 연구원은 “북한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한미 연합 군사훈련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북한은 초조하고 협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역사상 다른 나라의 제재로 정권이 붕괴된 사례는 없다”면서 “당분간 회담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전문가는 협상 당사자인 북미 간 ‘신뢰 부족’을 비핵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이에 따른 한국과 중국의 당면과제로 왕 연구원은 “한중 간 불신 해소”를, 김 교수는 “남북관계 진전”을 제시했다. 대담은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北京)대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북미간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왜 결렬됐나.

김동길(이하 김)=“미국이 전체적으로 과거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협상 전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양보 안을 갖고 나올 것이라는 신호를 수차례 보냈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던 건 아니다. 북한이 핵 문제를 놓고 대결로 나아갈 생각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안을 제시하라고 미국을 향해 촉구하고 있다.”

왕준성(이하 왕)=“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 미국은 3년간 북한의 석탄과 섬유 수출규제를 유예하는 대신 영변 핵 시설과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요구했다. 북한이 응하기 어렵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해야 제재를 해제한다는 기존 주장과 달리 이번에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보였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더 많은 제재를 풀어주길 바라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어떤 ‘중대결심’을 할까.

김=“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선다면 그동안 미국과의 회담성과가 모두 수포가 된다. 김 위원장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핵 포기를 거부하고 자력갱생에 나서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왕=“북한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압박 신호를 미국을 향해 보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기한이 연말까지라고 누차 얘기해 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미국의 마지노선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격이다. 미국이 2017년처럼 경제와 외교, 심지어 군사적으로 매우 큰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김=“북미 간 불신이 크다. 양국은 먼저 양보하라고 주장한다. 자신은 어음을, 상대방에게는 현찰을 먼저 지불하라고 요구한다. 따라서 이제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영변 핵 단지와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미래 핵 계획과 능력을 포기하면 유엔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로우키로 유지하고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남북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북한은 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왕=“스톡홀름 협상 결렬 직후 상황을 보자. 북한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했지만 미국은 ‘나쁘지 않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기대가 크고, 요구도 많고, 제재를 하루빨리 끝내 경제를 발전시키려 한다. 반면 미국은 북한과 마주 앉아 협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편견은 뿌리 깊다. 또 한반도 냉전체제를 개선해 가는 것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더딘 과정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비핵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김=“한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입하면서 북한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건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고,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왕=“중국이 대신 협상에 나설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건 북한이 협상 동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이다. 대북 관광을 촉진하고 북한이 경제발전에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크다. 서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북미 간 신뢰를 높이려면 한중 양국 간 협력부터 강화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북한에 신호를 보내면서 미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성의를 갖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김=“핵 문제 해결 후에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아마도 주한미군의 정당성일 것이다. 중국이든 북한이든 더 이상 북진하지 않는 주한미군이 계속 한반도에서 주둔하는 방안을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미국의 심리적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북미 협상 교착으로 ‘중국 역할론’이 부각되는데.

김=“북미 관계 개선에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북한의 안전 보장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경제지원을 북한에 약속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왕=“중국은 긴밀한 교류로 북한에 안전감을 주고,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국과 힘을 모아 압박을 할 수도 있다.”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의 ‘구멍’이라는 지적에 동의하나.

왕=“동의하지 않는다. 중국 세관은 대북제재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 과정은 투명하고 모두 공개된다. 일부 서방국가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북한은 분명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붕괴할 정도는 아니다.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중ㆍ남북 간 교류는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교육ㆍ위생 등 인도적 지원도 지속되고 있다.”

김=“중국이 북한을 비밀리에 돕는다면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정권의 안위를 포기하고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핵화와 김정은 체제의 안전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최소한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10월 방중 관측이 빗나갔는데.

왕=“현재 북중 간에 시급히 논의해야 할 의제가 없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여러 차원에서 빈번히 서로 오가고 있다. 중국군 고위인사가 평양을 방문했고, 양국 싱크탱크 간 교류도 활발하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필요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기약 없다. 문제가 있나.

왕=“중국의 일관된 목표는 한국과의 안정된 관계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한중 간 군사교류가 회복되고 있다. (연말)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한중일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유럽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동북아 3국의 협력 수준을 먼저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중국은 북한을 겨냥한 한미 동맹은 인정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동맹은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한중 관계는 파탄 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는 교두보로 이용되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김동길은 누구

베이징대 인문대학 내외국인 교수를 통틀어 최초로 지난해 장빙교수(長聘敎授ㆍ우리의 종신교수)에 선발됐다. 중국은 물론 홍콩과 한국 등을 오가며 연구성과와 학자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현대사와 국제정치를 넘나드는 폭넓은 시야로 동북아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왕준성은 누구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에서 조선족이 아닌 한족으로 유일하게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다루면서 연구원(우리의 대학교수급)에 올랐다. 향후 중국 학계를 이끌어갈 대표주자로 꼽힌다. 동북아 안보와 중국 외교전략에 관한 정부 연구과제 참여와 저술활동이 활발하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