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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조국 소환 앞두고… 오보 낸 언론사 검찰 출입 막겠다는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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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공개 금지' 12월 시행

오보 여부, 수사 담당자가 결정… 법조계 "자의적 해석할 위험성"

전문공보관 제외한 검사·수사관, 형사사건 관련 기자 못 만나게 해

앞으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오보(誤報)'를 낸 언론사는 검찰청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또 전문공보관을 제외한 검사나 수사관은 맡고 있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수사 중에는 피의자의 공개 소환이나 수사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한 취지지만 과도한 제한이란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규정은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중으로 제정하겠다고 했던 검찰 개혁안이다. 법무부 훈령이어서 별도 입법 절차도 필요 없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소환 조사를 염두에 두고 규정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새 규정은 우선 언론이 검찰 수사 상황과 관련해 중대한 오보를 낸 경우 검찰이 정정·반론 보도 청구와 함께 브리핑 참석 또는 청사 출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건 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할 경우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기자들이 검사 등 취재원과 만나는 것은 원천적으로 제한해놓고 오보가 나면 언론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보의 기준이 모호하고 이를 규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도 내용에 따라 법무·검찰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공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오보라고 하면서 출입을 제한하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오보 여부는 수사 담당자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언론사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과 대한변협은 "우리 의견을 수렴한 적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규정은 또 수사 과정에서 내사를 포함한 수사 상황과 피의사실 등에 대한 공개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중요 사건에서 검찰이 언론을 대상으로 하던 브리핑도 원칙적으로 할 수 없다. 다만 오보가 나오거나 나올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민간위원이 반수 이상인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정된 전문공보관이 공보 자료를 배포할 수 있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공개 소환이 금지되고, 압수 수색이나 구속 등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기소된 이후에도 죄명과 공소사실 요지, 공소 제기 방식(구속기소, 불구속기소 등), 수사 경위 등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동안 검찰이 피의자를 자의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거나, 피의사실을 흘려 인권을 침해한 적이 많았다. 이번 규정은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거나 과도한 제한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충남대 이승선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취재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오류에 대한 허용의 폭은 공인(公人)이나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에 대해서는 더 넓게 해야 하는데 반대로 만든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발표 후 논란이 확산하자 이날 저녁 "종전 훈령에도 언론사가 오보를 낸 경우 검찰청 출입 제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돼 있었다"며 "오히려 이번에 사건관계인, 수사업무 종사자 등의 명예를 침해하는 오보가 나온 경우에만 검찰청 출입 금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고 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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