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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해찬, 조국 사퇴 16일만에 등떠밀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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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심정 못헤아려 송구" 말하면서도 "검찰 오만한 권력" 비판

野에도 "아무것도 못하게 발목잡는다"… 의총 내달 4일로 연기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다음 주에 하려던 기자간담회를 이날로 앞당겼다. 이날 함께 열릴 예정이던 의원총회는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을 이유로 다음 달 4일로 연기했다. 의총에서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조국 사태에서)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 16일 만에 내놓은 민주당의 첫 공식 사과였다. 이 대표는 "지난주 러시아를 다녀오는 바람에…(사과가 늦어졌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많은 우려를 전해준 국민과 의원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유념해 민생과 개혁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뒤늦게 사과에 나선 것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당 안팎에서 제기된 '지도부 책임론'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그러나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그는 "(대표직 사퇴는) 합리적인 주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총선이 다섯 달 남았는데 지도부가 여기서 물러나면 선거를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당대표 선출 후) 1년 3개월 동안 제가 하루도 지각 한 번 안 하고 결석 한 번 안 하고 회의 한 번도 안 해본 적이 없다"며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와서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이 2000명 정도 되더라. 우리 권리당원이 70만명 가까이 되니까 극소수"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검찰과 야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일(조국 사태)이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오만한 권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공수처 설치 등으로 철저하게 개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사람을 잡아다가 족치는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저도 젊었을 때 여러 군데서 수사를 받아봤지만 그건 고문이지 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는 "제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이런 야당은 보다 보다 처음 본다"며 "아무리 정부 비판과 견제가 야당의 임무라지만, 이렇게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하게 발목 잡는 것도 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장관을 낙마시켰다고 표창장과 상품권을 나눠 갖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조롱하는 만화나 만들면서 반성도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선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 사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87만명 늘어났다는 통계청 발표에 대해 "대신에 정규직이 또 늘어나지 않았느냐. 그렇기 때문에 고용 상황이 더 악화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선 "'물갈이'란 표현은 예의가 없는 용어다. 어떻게 사람을 물갈이하느냐"면서도 "공천 룰에 따라 교체되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새로운 신인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인재영입위를 구성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독립운동가나 국가유공자 후손, 경제·외교·안보 전문가는 물론 특히 청년, 여성, 장애인 이런 분들을 출마시키기 위해 제가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회견 직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하다는 몇 마디를 제외하면 사과가 아닌 변명과 핑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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