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정락석 동포신문 '파리지성' 발행인…"아날로그 감성 일깨우고파"
'노오-란 우체통' 책 표지 |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북한산 송추계곡에 있는 '퐁데자르'(예술의 다리라는 뜻) 갤러리 테라스에는 노란 색깔의 우체통이 놓여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같은 이름의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동포신문인 '파리지성'을 발행하는 정락석 대표가 설치해 놓았다. 이 우체통에는 지난해 10월부터 프랑스에서 살았거나 현재 사는 사람 50여 명이 손글씨로 쓴 편지가 쌓여있었다.
'우체통장'을 자처한 정 대표는 최근 이 편지들을 모두 꺼내 책으로 엮었고, '노오-란 우체통'이란 제목으로 29일 세상에 내놓았다.
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에게는 애틋한 몽환이기도 했었고, 어쩌면 시(詩) 그 자체였던 우체통은 현대문명의 각축장에서 점점 소외돼 이제는 그 흔적만을 남기고 있을 뿐"이라며 "무르익기도 전에 떨어져 버리는 땡감처럼 진득한 기다림의 여유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우고 싶어 출간했다"고 말했다.
책은 프랑스에서의 인연들 간 편지와 세상을 떠난 이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꾸민 1부와 프랑스 노르망디 꾸땅스 레지던시 작가 24명의 작품과 작가 노트 중심의 2부로 구성됐다.
재불 정택영 화백은 우체통장에게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겠나"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정 대표는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그런지 문득 나보다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떠올려진다"라고 답장하며 소소하지만, 가슴 따뜻한 사연을 전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덕희 선배', '까뜨린느 사감님', '사랑하는 우체통장님', '정 형', '돼지야' 등의 제목이 말해주 듯 프랑스에서 가깝게 지낸 사람들의 안부도 묻는다.
또 '사는 동안 꽃처럼', '오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아버지의 온도',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가셨군요', '돌아오지 않는 당신' 등 노오란 우체통으로 편지를 보내면 어디든지 전달된다는 믿음으로 고인들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정 대표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묻어나는 편지들을 엮어 매년 '노오-란 우체통'을 출판할 계획"이라며 "보다 따뜻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책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유망한 청년작가들의 꿈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출판기념회는 31일 양주시 장흥면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꾸땅스 아트센터도 운영하는 정 대표는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2017년 프랑스 한인 역사서이자 예술서 'k 파리지앙'을 출간했다.
파리지성 간, 191쪽, 1만3천원.
출판기념회 초대장과 정락석 발행인 |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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