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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김정은의 ‘백마 사진’, 리더로서 자기 객관화 실패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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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인터뷰]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출간한 스웨덴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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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어 신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을 출간한 스웨덴 출신 작가 요나스 요나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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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란 작품으로 세계 1000만부 이상 팔아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스웨덴 출신 요나스 요나손은 ‘역사’ 대신 ‘풍자’를 넣어 일반 대중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기자 출신이면 ‘팩트’에 충실할 법한데, 그는 더 큰 ‘상상력’의 세계와 만났다.

이 작품 후속으로 9년 만에 내놓은 최근 작품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도 그 결은 비슷하다. 나이는 1살 더 먹었을 뿐 ‘도망치는’ 행위의 재미는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신간 출간 기념으로 방한한 요나손은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기자들과 인사했다. 신간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이 유럽 작가에겐 낯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어서 그런 듯했다.

“유럽에선 (김정은 캐릭터를) 속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한국에선 좀 무섭네요. 하하. 그만큼 제가 잘 모르기 때문이죠. 김정은에 대한 자료 조사를 충분히 했지만, 아무리 잘해도 허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에 대한 팩트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누군가 조제게 조언해 줬어요. ‘당신에게 쓸 좋은 재료가 있다면 사실이 그걸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이에요.”

책은 주인공 알란 칼손이 101세 생일날 바다에 떨어지는데, 농축 우라늄을 실은 북한 화물선이 그를 구조하면서 김정은과 만나는 일화를 그렸다. 소설 배경은 2017년. 당시 김정은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트럼프는 그와 대립각을 세우던 긴장의 시기였다. 주인공은 김정은도 골탕먹이고, 트럼프도 믿지 못하는 꽤 ‘쿨’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풍자와 해학을 중심축으로 내세웠지만 정치적 배경과 리더의 자질론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자, 요나손은 “주인공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세계의 리더들에겐 중요한 두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하나는 ‘유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객관화’예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르면서 백마 탄 사진을 봤는데, ‘자기 객관화’ 능력의 실패 사례로 꼽을 수 있어요.”

그러면서 “지금 우린 위험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주의가 갈수록 팽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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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을 낸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 증거보다 풍자를 통한 재미의 세계를 그렸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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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손은 “민주주의 체제가 자유, 비자유로 분열되는 게 걱정이 된다”며 “특히 국가를 위해 예술이 존재해야 한다는 최근 폴란드나 중국 상황이 헝가리와 브라질에 이어 스웨덴까지 확장하는 추세여서 굉장히 두렵게 느껴진다”고 우려했다.

요나손은 책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등 지도자를 풍자적으로 해석한 이유에 대해 “세계의 리더는 어느 정도 놀림을 감수해야 한다”며 “그들은 남을 내려다보는 입장이지 올려다보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첫 작품 ‘창문 넘어…’을 쓸 때 3000부만 팔리길 바랐는데, 독일에서 하루만에 7000부가 팔리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 여세로 같은 방식의 제목을 후속작으로 내놓은 셈이다.

요나손은 특히 ‘100세’에 주목한 것은 “20세기를 관통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불멸의 존재”라며 웃었다. ‘도망친’이 제목의 희화성을 극대화하는 장치 같다고 하자, 그는 “살면서 창문 넘어 도망친 경험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사람들은 회색의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색채 없는 일상의 연속이랄까요. 그래서 창문 밖으로 나가서 무언가를 하길 바라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첫 번째 책의 성공은 400페이지 책을 읽으면서 일시적으로 창문 밖으로 탈출한 것에 대한 만족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각자 자신의 창문을 뛰어넘는 것을 추천해주고 싶네요.”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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