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끓고나서 4분간·9천 반의 아이들
유럽 최빈국 중 하나이면서 약소국인 알바니아가 이탈리아 지배에서 벗어나 독일 침략을 겪은 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갈팡질팡했던 혼돈을 그려낸다.
알바니아를 침략한 독일군 장교와 동료들을 그의 옛 친구인 알바니아 의사가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이 장교는 알바니아인들을 포로로 잡고 있었는데, 옛 친구의 부탁을 받고 논쟁 끝에 이들을 모두 풀어주게 된다.
그러나 이날 만찬을 계기로 후일 이 의사는 공산주의를 제거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쓰고 재판에 넘겨진다. 취조는 살벌하지만, 작가는 이를 옛 발칸 반도 신화와 전설에 연결해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백선희 옮김. 248쪽. 1만3천800원.
▲ 언어 왜곡설 = 등단 40주년을 앞둔 제주 원로 문인 현길언의 소설집이다.
제목에서 보듯 소설집에 실린 단편 작품들은 우리가 평소 내뱉는 '말'의 의미에 천착한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원래 의도나 진심은 중요치 않다. 말을 받아들이는 청자와 사회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왜곡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작가는 이런 주제 의식을 통해 '소통'의 가능성을 끝없이 확인하려 애쓴다.
표제작 언어 왜곡설을 비롯해 모두 7편 단편이 실렸다.
현길언은 작가의 말에서 "관계와 언어의 문제를 다시 생각했다. 이 두 문제는 가족과 역사의 문제로 확대되지만 생각할수록 현실에서는 지난한 일이기에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문학과지성사. 342쪽. 1만4천원.
▲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 중년 여성, 청소년, 아동 등 다양한 화자가 등장해 한때 '팔팔' 끓었거나 끓기 전이거나 막 끓어오르는 사랑과 삶을 말한다.
표제작을 포함해 단편 7편이 실렸다.
마지막 작품 '만선'은 1982년 인도양에서 만선을 하고 돌아오던 참치잡이 배가 100명 가까운 사람이 탄 베트남 난민선을 구조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정우련이 '빈집'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소설집이다.
산지니. 240쪽. 1만5천원.
▲ 9천 반의 아이들 = 입학시험에서 1등을 하더라도 9천 위안을 내야 다닐 수 있는 중국 명문 학교. 사람들은 이곳을 '9천 반'이라고 부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오더라도 성적에 따라 다시 등급이 매겨진 반에 나뉘어 공부한다. 주인공과 그 친구는 열반에서도 하위권. 자포자기한 채 학업과 담을 쌓으며 연애와 축구에 몰두한다.
내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정과 폭로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이 두학생의 운명도 달라지는데…. 부정과 부패로 타락한 중국 사회의 축소판을 그린 이야기다.
민음사. 364쪽. 1만5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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