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구축하는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는 그 자체로 첨단기술제품이자 산업에도 첨단기술과 시스템이 응축돼 반도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 낙관하긴 어렵다. 반도체 역사가 그 성공과 실패, 역전과 반전의 경험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
노어와 낸드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아직 2위에 머물렀다. 플래시 메모리는 1980년 도시바의 후지오 박사가 개발했는데, 읽기와 쓰기 속도가 나쁜 대신 전원을 차단하더라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특징(비휘발성)을 지닌 저품질 메모리였다.
도시바에선 제조상의 결함으로 상품화하려 하지 않았지만, 이 잠재력을 알아챈 곳이 인텔이었다. 도시바가 1992년 낸드 플래시 기술을 삼성전자에 내주면서 소위 ‘대역전극’이 연출됐다.
아이팟 나노의 등장으로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플래시 메모리가 필요했는데, 안정적 공급을 위해 삼성전자가 선택됐다. 삼성전자는 낸드 덕분에 2005년 매출액이 무려 1.5배 증가했다.
CPU 분야도 마찬가지. 비메모리 반도체 1위인 인텔은 2005년까지 AMD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설계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해 약 33만원이었던 인텔의 신형 프로세서는 당시 100만원이 넘던 AMD 최고급 CPU를 25% 이상 차이로 밀어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1, 2위로 두 업체 비중이 60%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국의 산업보호정책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시장은 현재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까지 겹쳐 시장은 다시 안갯속에 빠진 상황.
책은 지난 세기와 달라진 승자법칙을 포함해 인공지능 등 다양한 과제를 이겨내기 위한 각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정인성 지음. 이레미디어 펴냄. 396쪽/1만85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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