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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기고] 광역교통 비전·기본구상안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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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은 58분으로 조사 대상 31개국 중 가장 높다.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는 실제 소요시간은 이보다 훨씬 긴 103분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무려 134분이나 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출근하다 진이 다 빠진다’는 말은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며, ‘프로 통근러’라는 자조 섞인 표현은 이러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만 2500만명 이상이 거주하며, 대전·부산·광주 등 대도시권의 인구까지 합하면 국민의 80%가 대도시에 살고 있다. 대도시권의 인구 과밀화는 교통혼잡으로 이어지며, 매일 지역 간 출퇴근하는 수도권 147만명의 ‘프로 통근러’들에게 일상이 됐다.

세계일보

이용재 중앙대 명예교수·도시공학


다행스럽게도 지난 3월 출범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대도시권 광역교통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비전과 기본구상을 발표한다고 하니 다소 한숨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광역교통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이미 전문가와 국민들은 큰 틀의 방향성으로 ‘교통망에 대한 투자와 대중교통 공급의 확대’를 제시하고, 교통수요와 공급의 시기를 제때 맞추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역교통 비전·기본구상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바람도 결국 이 같은 방향성과 맥락을 같이한다.

우선, 광역철도 등 수도권 광역교통시설에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수도권 광역철도 연장은 인구 규모와 비슷한 뉴욕권역의 4분의 1 수준이며, 수도권 인구의 5분의 1 수준인 바르셀로나권역과 유사한 수준으로 아직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자유로·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 온종일 정체가 이어지는 만성적 혼잡도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짚어야 할 것이다.

광역교통의 ‘서비스의 수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시 인프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도심에서 최고 180㎞의 빠른 속도로 달리며 수도권을 20분대 통근생활권으로 묶어주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GTX 역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환승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한편, 이와 연계되는 대중교통 전반의 요금제도 정비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도로정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슈퍼 간선급행버스(Super BRT)를 도입하고, M버스라 불리는 광역급행버스의 노선을 확대하는 등 질적 수준을 높이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교통 분담률이 50%에 이르는 수도권과 비교해 지역 대도시권역의 분담률은 10~30%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하고, 이마저도 지나가지 않아 승용차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대도시권의 대중교통체계를 재정비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율주행 등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고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대중교통의 첨단화도 잊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활용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보다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더 주어진다. 매일 길 위에서 2시간을 소모하는 우리 직장인들이 단 10분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한 노력에 빗대어 ‘프로 통근러’라는 신조어가 나왔으리라 생각된다. 우리의 일상이었던 혼잡한 출퇴근길에서 되찾게 되는 ‘매일 1시간의 여유’, 우리가 광역교통 비전·기본구상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다.

이용재 중앙대 명예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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