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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면담서 회담으로 격상 … 韓·日간 ‘공식 대화’ 동력 살려 [李총리·아베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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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총리 ‘21분 회담’ 의미 / 李 총리, 약속 장소 20분 먼저 도착 / 회담장에선 아베가 먼저 와 기다려 / 日, 회담으로 격 올리고 시간도 늘려 / 징용피해 배상문제엔 여전히 간극 / 아베 ‘청구권 협정 위반’ 또 되풀이 / 李 총리 “존중하고 준수해 와” 응수

세계일보

정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평가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선포식을 축하하고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을 계기로 꼬인 한·일 관계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고 공식적인 대화의 동력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아베 정부가 지난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갈등 국민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 철회 요구에 불응하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며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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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앉은 李 총리·아베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2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박3일 일정으로 방일한 이 총리는 이날 회담장인 총리관저에 약속 시간 20분 전인 오전 10시40분쯤 도착했다. 회담은 아베 총리와 아일랜드 총리 면담이 길어지면서 11시10분이 넘어서야 시작했다. 회담장 앞에 놓인 태극기와 일장기 앞에서 아베 총리가 먼저 기다렸고, 이 총리가 이어 나와 악수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이 총리 왼편에 두 걸음 정도 앞서 회담장에 입장하며 안내한 뒤 약간의 대화를 나눴고, 이 총리도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양 총리는 자리에 앉은 뒤 다시 오른손을 맞잡으며 8초 정도 인사한 뒤 회담에 들어갔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애초 총리도 각론 얘기할 여건이 안 되고 최대한 대화가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 만큼 예상했던 목표치에는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만남을 ‘면담’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주최 측인 일본 정부가 ‘회담’이라고 격을 올려 발표하고 10분으로 예상했던 회담 시간도 오전 11시12분부터 33분까지 21분으로 2배쯤 늘렸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 같은 일본 조치를 긍정적으로 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국면에서 3개월 반 만에 회담 이뤄진 것은 분기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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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4일 일본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 마련된 동행기자단 기자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특히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밑에서 진행하던 한·일 당국자 간 협의를 이번 회담을 계기로 좀 더 공식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까지 비공식적·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시도된 대화들이 좀 더 공식적으로 정부 간 채널을 통해서 활발하게 이뤄져 나갈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국가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한 당사자는 한국이라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고, 이 총리는 “한국은 이를 존중하고 준수해왔다”고 응수하며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에선 한국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프레임이 있는데, 우리는 약속을 안 지켰거나 깼다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지켜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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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갈등과 관련해 “아직도 간극이 크다”면서도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는 한층 깊어졌다고 생각되고 또 간극이 좀 좁아진 면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에서 한·일 갈등 관련 간극이 좁아졌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간극이 좁아진 면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양측이 서로 공개할 만한 상황이 됐을 때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발언 배경을 두고 지난 6월 정부가 해법으로 일본 측에 제안한 ‘1+1’(양국 기업 참여로 피해자 지원) 방안의 수정안에 대해 논의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강 장관은 “(수정안을 언급하기에는) 설익은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도쿄=최형창 기자, 홍주형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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