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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힘 빠진 재정주도정책… 1%대 성장 경고음 더 커졌다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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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경제성장률 0.4% ‘쇼크’ / 2009년 이후 최악 성적표 예상 / 年 2% 미만 60년대 이후 3번뿐 / 재정지출 공백 민간이 못메꿔 / 4분기 0.97% 넘어야 2% 달성 / 이주열 “올 2% 달성 쉽지않다”

세계일보

우리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쳤다. 올해 2%대 성장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앞으로 ‘1%대 성장’이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본격화한 1960년대 이후로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한 2009년(0.8%)을 제외하면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3.2% 성장률을 보였으나 2년여 만에 ‘2% 마지노선 붕괴, 1%대 성장’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4%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0.5~0.6%를 밑돌아 ‘어닝 쇼크’라고 할 만하다. 전분기 1.0% 성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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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성장률 둔화는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반감했기 때문이다. 재정을 앞당겨 쓰면서 2분기에 성장률이 1.0%로 반등했지만, 3분기에는 재정집행 여력이 줄어들었다.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2분기 1.2%포인트에서 3분기 0.2%포인트로 낮아진 데서 드러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분기 성장률에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후퇴한 배경과 관련해 “2분기 정부가 상당 부분 조기 집행을 해서 3분기에 여력이 제한됐다”면서 “추가경정예산안을 6월부터 시작했는데 (집행이) 8월에 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0.2%포인트에서 3분기 플러스(+)로 전환해 정부 성장기여도와 같은 0.2%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재정지출에 의한 성장률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내수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각하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로, 전체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건설투자라고 하면 거부감을 드러내는 정부 분위기 속에서 건설투자도 -0.8%포인트를 찍었다. 다만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2분기 ?0.2%포인트에서 3분기 1.3%포인트로 나아졌다.

올해 성장률이 2% 마지노선을 지키려면 4분기 깜짝 성장률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4분기 0.97% 성장률이 나와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우선 성장률이 1분기 -0.4%에서 2분기 1.0%로 반등했던 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재정지출 효과가 컸다. 4분기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3분기 성장률이 27년 만의 최저인 6%로 주저앉은 중국 경제의 부진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국감에서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겠지만, 4분기 정부의 재정 노력 등 여러 변수가 있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지를 남기긴 했으나 1%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4∼2.5%, 한은은 2.2%로 제시했다.

전문가들 평가는 싸늘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간 2% 성장률은 불가능해졌고 1.9%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성장률 1%대 가능성 상승’ 보고서에서 “남은 기간 경기 흐름이 크게 좋아질 가능성이 작아 올해 성장률은 1%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내년 성장률이 5%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미국 경기도 좋지 않아 내년 성장률 반등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마저 하향 추세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률을 높이지 않는 선에서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 활용해 달성 가능한 성장률이다. 한은이 5년 단위로 추정한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 △2016∼2020년 2.7∼2.8%다. 최근 다시 추정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5∼2.6%로, 2% 달성도 어려운 올해 성장률과 괴리만 커지고 있다.

홍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투자활력을 높이고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생산성 확대를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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