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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택시·플랫폼 업계 '전(錢)의 전쟁'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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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대화가 필요해" vs 택시 "연내 퇴출돼야" / 타다, 요금 인상 계획 밝혀…업계 혈투에 끼인 승객들은 무슨 죄? / 당국의 상생안 기대하는 목소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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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한 조합원이 타다 퇴출 피켓을 손에 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쏘카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가 운영하는 렌터카 기반 실시간 호출 서비스 ‘타다’가 업계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여론에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승객들의 좋은 평가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여론은 타다 편이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전날(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OUT!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개인택시조합의 집회로 국회 방면 4차선 대로는 모두 통제됐다. 이날 집회에는 1만5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타다' 등 플랫폼사와 택시기사 간의 갈등으로 인해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국회와 정부, 청와대는 사태 해결을 등한시해왔다"며 "그러는 사이 불법적인 렌터카 여객 운송이 난무했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 "현행법 관광산업 목적의 운전자 알선만 허용…관광 목적에서 벗어난 렌터카 여객 운송 엄연한 불법"

그러면서 "현행법은 관광산업 목적의 운전자 알선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 목적에서 벗어난 렌터카 여객 운송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타다' 등 플랫폼업체는 공유나 혁신의 명분도 없고 법률적·사회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교통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며 "정부가 입법안을 내놓고 국회가 나서면 된다. 법안 발의 즉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타다'의 유상운송행위를 막기 위해 11인승 렌터카의 대리기사 고용을 '6인 이상 승차했을 때'나 '6시간 이상 빌렸을 때'에만 가능하도록 한 내용의 법안을 낸 무소속 김경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도 참석했다.

◆정부, 내달 업계 상생 위한 개편안 국회 상정…연말까지 입법화하겠다는 의지 피력

국토부는 다음달 중 택시·플랫폼 업계의 상생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 법안을 국회에 올리고 올해 안에는 입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타다와 카카오T 등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국토부가 운송사업자를 선정·허가하는 규제혁신형 △법인택시와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가맹을 맺는 가맹사업형 △T맵택시 등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사업형 등 3가지 형태로 허용하고, 플랫폼 업체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는 내용이 포함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타다 측은 "타입 2와 3에 대해서는 타다 역시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없고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타입 1 같은 경우 '규제 혁신형'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지만 지금 나와있는 법안들을 보면 규제가 굉장히 많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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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타다는 "정부·택시 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충분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토부의 법안 추진을 잠시 연기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지난 23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 협력을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부, 택시 업계와 조금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법안이 추진된다면 택시와 플랫폼 업계 양쪽 다 실익이 확장될 수 없고, 업계에서는 더 큰 갈등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있다"며 "타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는 사회적 기여와 공동체 갈등 완화에 적극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 갈등 줄이기 위해 내부 추진 정책까지 일단 내려놓은 '타다'

타다는 택시 업계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 예정이었던 내부 정책들을 대거 보류·중단했다.

지난 7일 '타다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급증하는 이동 수요에 발맞춰 내년까지 타다 베이직 운행 차량을 1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국토부의 우려와 택시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1만대 증차 계획'을 보류하고, 택시 기반 서비스인 타다 프리미엄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18일에는 택시 업계 등 기존 산업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비스 기본 요금을 800원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타다 베이직의 기본요금은 다음달부터 기존 40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르게 된다.

현재 정부는 차량 확보 방식에 렌터카를 포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이후 시행령에서 차량의 확보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칫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만 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3일 택시조합 집회에서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원 16명과 함께 24일 공동 발의하겠다"며 "예외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렌터카의 경우 기사 알선을 허용했던 관련법 시행령 18조는 정식 법조항으로 상향하고 관광 목적에 따라서만 가능하도록 명확히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만약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타다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타다 영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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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보다 더 영세한 업체들 간의 상호 이해관계 차이, 내년 4월 총선 등의 사회, 정치적인 변수도 있어 택시·플랫폼 업계 혈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불가피하게도 타다는 요금 인상 계획을 밝혔고, 그 부담은 안타깝게도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전가(轉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간 '전(錢)의 전쟁'의 피해자는 소비자들이 아닐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당국의 현명한 중재를 기대해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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