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처리 보증안' 제시하면 설득 '물꼬' 판단
당 투톱 '공조 복원' 전면 나설 가능성…"신뢰위해 이해찬·이인영 나서야"
발언하는 이인영 원내대표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우선 처리를 위해 자유한국당을 뺀 다른 야당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전략 마련에 주력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결사반대하는 공수처 설치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다른 야당들의 공조가 절실하다. 민주당은 내심 지난 4월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의 복원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야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선(先)처리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깨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민주당의 고민은 깊다.
민주당이 지난 20일 '공수처법 선처리' 방침을 밝히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합의를 지키라'는 목소리를 높였고, 정의당은 공수처법 선처리에 함께할 수 있다면서도 여야 4당 합의를 전제로 제시했다.
따라서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건 이들 야당에 민주당이 선거법 처리를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이들이 당초 합의를 강조하는 것은 선거법 처리에 대한 신뢰를 달라는 요구의 우회적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당시 선거법 선처리를 확약한 것도 민주당이 자당의 '숙원'인 검찰개혁 법안만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손해인 선거법 표결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걱정에서 나온 이른바 '먹튀 방지 조항' 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은 '선처리'에 준하는 담보를 내놓으면 이들 야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보증'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모인) 정치협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치협상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선거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호응'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의당은 전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사법개혁과 더불어 개혁의 양대 산맥인 정치개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다만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 권한인 입법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보증하는 모양새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나 이인영 원내대표 등 당의 '투톱'이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선거법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두 분이 나서는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거법 처리 보증안을 제시하더라도 공수처법 선처리가 곧바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야당의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이다.
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과반(149석 이상)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민주당(128석)은 우선 '개혁 공조' 하에 있는 정의당(6석)은 물론 평화당(5석·의원 활동기준)과 대안신당(10석·의원 활동기준)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경우 정확히 과반이 맞춰지는 것으로, 민주당으로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른미래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소속 의원들이 갈라져 표 계산이 쉽지 않다.
또한 대안신당 역시 '공수처법 선처리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물론 공수처법 표결 국면에서 대안신당의 '몸값 높이기'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난 4월에 비해 한층 더 입체적인 교섭이 필요한 상태다.
민주당은 아직 이들 야당과의 교섭은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날 여야 3당 교섭단체 회동에서 한국당이 '공수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 진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민주당은 무게중심을 패스트트랙 공조로 이동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언제까지 한국당의 일방 주장만 듣고 있을 수 없다"며 "교섭,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정당의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합의안 발표하는 여야 4당 원내대표들 |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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