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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美, 시리아 지정학경쟁 최대 패배자…러시아 영향력 급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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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 "美, 가장 많이 잃었다"…"푸틴, 최대 중재자로 부상"

"에르도안, 목표 거의 성취"…쿠르드, 半자치도 위태

전 美 합참의장 "이란 견제도 약해져"…이스라엘도 같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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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소치에서 시리아 북부 완충지대 운영방안에 합의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러시아와 터키 정상이 시리아 북부∼북동부 완충지대 관리방안을 도출함에 따라 미국은 지정학적 경쟁의 '최대 패배자'가 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BBC, CNN, 가디언, 더타임스 등 서방 주요 언론은 시리아 북동부를 둘러싼 각축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최대 승자이며 미국은 최대 패자라고 한 목소리로 진단했다.

22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접경 시리아 쿠르드 지역에 설치할 군사 완충지대의 규모와 관리방식을 세부적으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 공격을 용인하고 그 지역 미군 철수를 결정한 지 불과 16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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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시리아 북부 까미슐리에서 철수하는 미군 차량에 감자와 돌멩이를 던지는 쿠르드인들
[AP=연합뉴스]



러시아는 미군이 떠나 만들어진 힘의 공백을 메우며 시리아에서 '지배적' 세력으로 자리를 굳혔다.

영국 공영 BBC는 푸틴 대통령이 중동의 외톨이에서 중재자로 힘을 키웠다고 최근 평가했으며, 일간 더타임스도 그가 중동의 최대 중재자로 부상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의 상징적 수도 락까 등 시리아 북부와 북동부 요충지를 총 한발 쏘지 않고 무혈 입성했다.

IS의 상징적 수도 역할을 한 락까는 2017년 10월 쿠르드 민병대를 주축으로 한 '시리아민주군'(SDF)이 많은 피를 흘리며 IS를 소탕하고 장악한 곳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국경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몰아내고 쿠르드 자치 또는 독립 열망을 분쇄하려던 목표를 거의 성취했다.

두 정상의 합의에 따르면 터키군은 라스알아인, 탈아브야드, 술루크 등 국경지역 요충지를 장악했고 나머지 국경에서도 러시아군과 공동 순찰을 하게 된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도 시리아 국토의 3분의 1에 이르는 쿠르드 지역에 대한 통제권 회복에 가까워졌다.

아사드 대통령은 22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州) 남부를 찾아 터키 '침공'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시리아군에 합류하는 쿠르드 민병대 부대원은 사면하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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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리아 북부 까미슐리에 있는 묘지에서 전사자를 애도하는 쿠르드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배신'으로 쿠르드 세력의 독립 또는 자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시리아 쿠르드는 2012년 시리아군이 반군과 싸우느라 북부에서 철수한 이후 아사드 정권과는 거리를 둔 채 사실상 자치를 누렸다. 2014년 쿠르드 민병대가 IS 격퇴전에 동참하면서 미국과 손잡은 후 자치의 열망을 한층 키웠지만 미군 철수로 2012년 이전으로 되돌아갈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쿠르드 반(半)자치정부의 수도격 도시 까미슐리는 러시아와 터키의 공동정찰 구역 안에 포함돼 있다.

러시아와 터키의 합의에 대한 쿠르드 세력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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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남부 부대 방문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은 황급한 철군으로 5년간 시리아에서 구축한 영향력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내준 꼴이 됐다.

CNN은 미군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라면서 "최대 지정학적 패배자는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패권주의에 대한 견제력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클 멀린 전 사령관은 22일 BBC에 출연해 "우리에게 패배하기를 원했던 모두가 승리할 것"이라면서 "푸틴, 아사드, ISIS(IS의 옛 약칭), 이란, 헤즈볼라가 이길 것이고 우리와 우리 친구들은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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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 시리아 중북부 탑까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시리아군
[AFP=연합뉴스]



이스라엘도 같은 불안을 드러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달 10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쿠르드 지역에 대한 터키의 침략을 규탄하고 터키와 그 대리인들의 쿠르드족 인종청소에 경고한다"고 적었다.

이달 8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쿠르드 동맹 배신'이 이스라엘 정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미국의 대(對)이란 견제 약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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