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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재가신자들과 일대일 선문답 전통 되살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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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일감 스님

새달 15일부터 ‘금강경 강독법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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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엔 스승이 제자의 수행을 일대일로 점검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지도해주는 독참이란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전통이 언제부턴가 소실되었다. 그런데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이 재가자들과 금강경 강독법회에서 선문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수행을 되살려보겠다고 나섰다.

대승경전의 꽃인 <금강경>은 조계종의 소의경전, 즉 교과서격이다. 따라서 <금강경> 해설서만도 매년 십여종이 발간된다. 그 가운데 일감 스님이 쓴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민족사 펴냄)은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불교와 선(禪)이 어렵다는 인상을 가진 대중들이 많지만, 이 책은 중학생도 읽을수 있을만큼 유쾌하고 쉬워서다.

일감 스님의 독참 지도 모습은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방영된 적이 있다. 엠비시 티브이에서 2005년 ‘부처님 오신날’ 특집으로 <선, 나를 깨치다>란 프로그램을 위해 재가 수련자들을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모아놓고 촬영할 때였다. 그는 ‘선을 보여주려면 선원의 선원장들을 설득해 독참 모습을 촬영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피디의 요구에 응한 선원장이 없었다. 피디는 일감 스님에게 그곳에 온 재가 수련자들과의 독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수련자들의 질문과 공격에 일감 스님이 응답해 질문자가 눈물을 흘리거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 장면이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당시 불교계 안팎에 큰 화제가 되었다.

그는 젊은시절 수행하면서 독참 혹은 상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그는 20대 방황하던 중 성철 스님의 <자기를 바로 봅시다>란 책에 ’홀려’ 1989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그 때는 성철 스님의 말년 이어서 그 상좌인 원융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원융 스님은 평생 해인사 선방을 지키다 지난 3월 입적했다. 일감 스님은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수행정진하던 중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서울에서 포교에 나섰다. 그러나 신자들과 자주 부딛히면서 고민에 빠졌다.

“결국은 깨달음이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그 뒤 3년간 염불수행으로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자 지금까지 상대의 말을 그대로 듣지 못한 자신을 발견했다. 늘 내 생각과 편견으로 재편집하고 해석한 것을 상대의 말이라고 시비했다는 것을 알았다.“

드디어 상대의 말을 그대로 듣게된 뒤 그는 해인사 포교국장과 금산사 템플스테이 담당으로서 재가자들과 남다른 소통력을 보여줘 불교계의 스타로 부각됐다. 스트레스를 받은 직장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던 2009년 그가 금산사에서 직장인들을 위해 만든 ‘내비둬 콘서트’는 가장 성공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2011년 도법 스님의 요청으로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등을 맡은 이후 총무원에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대중공사를 공식화해 총무원에 대한 따가운 지적 등 다양한 소리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도록 노력했지만 대중들의 의견을 반영해 미래를 제대로 열지못한 부끄러움이 크다. 금강경 강독법회를 통해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미래불교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법회는 동안거 기간인 11월15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7~9시 조계사 인근 탄허강숙에서 금강경 강독과 참선, 선문답, 법문 순으로 진행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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