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친일 화가가 그린 충무공 이순신의 표준영정을 합리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은 작가의 친일 논란과 영정의 복식 고증 오류 등으로 지속적으로 교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으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합리적인 해제 및 교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장우성 화백(1912~2005년)이 1953년 그린 충무공 영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3년 제1호 표준영정이 됐다. 현재 충남 아산 현충사에 있다. 장 화백은 1941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받았다. 일제를 찬양하는 작품을 다수 출품해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됐다. 친일 행적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 관계사료집’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문체부는 지난 6월 열린 영정.동상 심의위원회에서 신청을 반려했다. 문체부가 제출한 영정·동상 심의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위원 일곱 명 가운데 네 명은 지정해제 여부에 따라 혼란과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충무공 표준영정이 현충사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기에 현상 변경 필요성에 대한 사전심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문체부는 2010년에도 문화재청의 충무공 영정 지정 해체 신청을 반려했다. 친일 논란이 규정상 지정해제 사유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장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은 친일 작가 논란뿐만 아니라 영정의 복식도 역사적 고증이 잘못돼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문체부 영정·동상 심의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문가 세 명이 “충무공 영정의 복식이 다른 선무공신(宣武功臣·조선시대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공신)의 영정 복식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으나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영주 의원은 “민족의 영웅이자 항일의 상징인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일제에 부역한 친일 작가에 의해 그려져 정부 표준영정으로 지정된 일도 부끄럽지만, 문체부가 황당한 이유로 두 번이나 영정 교체를 반려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영정의 복식이 잘못됐다는 지적 등을 고려하면 문체부는 즉각 장우성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을 지정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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