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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그림책]재활용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의 물건일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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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요정

안녕달 글·그림

책읽는곰 | 56쪽 | 1만4800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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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 요정. 황당하면서도 참신한 조합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가 내놓은 신작이다.

한 골목의 쓰레기통에서 어느 날 요정이 태어난다. 무지갯빛 자그마한 요정은 해맑은 표정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온 사람들에게 외친다. “소원을 들어드려요!” 사람들은 신기해하거나 관심을 주지도 않는다. 놀라거나 비명을 지르고 쓰레기만 버리고 도망간다. 자신의 호의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보고 요정은 슬피 운다.

한 남자가 쓰레기통에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컵을 버린다. 요정은 여느 사람에게 그랬듯 남자에게도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한다. 남자는 말한다. “하아… 하늘에서 돈이나 쏟아졌으면 좋겠다.” 한참을 쓰레기통 속을 돌아다니던 요정은 10원짜리 동전 수십개를 산더미처럼 쌓아 남자에게 내민다. 그러나 남자는 좋아하지 않고 가버린다.

다시 풀이 죽은 요정은 혼자 우두커니 앉아 눈물을 훔친다. 그러던 중 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아이는 흐느끼며 요정에게 말한다. “엄마가 버렸대… 찾아줘….” 금도끼 은도끼 속 산신령처럼 쓰레기통을 연못처럼 뒤지던 요정은 생쥐·생선뼈 등을 내밀지만 아이는 고개를 젖는다. 그러다 낡은 곰인형을 꺼내고, 아이는 기뻐한다. 활력을 찾은 요정은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보게 되고 소원을 묻는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걸 찾아달라는 할아버지 요청에 요정은 자신이 갖고 있던 장난감 보석 반지를 선뜻 건넨다. 할아버지는 왠지 뺏은 것 같아 부담스러워 하지만 요정은 반지 대신 캔 뚜껑을 쓰면 된다며 활짝 웃는다. 다음날 새 아침이 밝아온다. 자명종 소리에 깬 요정은 부스스한 채로 누군가를 기다리다 쓰레기통에 누군가 다가오자 밝은 표정으로 소리친다. “소원을 들어드려요!”

경향신문

실제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 속 지니와 달리 요정이 내미는 것들은 사실 쓰레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정의 호의를 반기지 않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와 노인은 다르다. 비록 낡은 곰인형이지만 아이에겐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이고, 비록 진짜 보석이 아닌 장난감 보석 반지지만 노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정의 노력과 헌신을 보고 감사를 표한다.

쓰레기통 속 버려진 물건들은 아침이 되면 울리는 자명종처럼 충분히 사용할 만한 것들이다. 작가는 쓰레기도 재활용은 물론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사실 쓰레기가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같은 작가의 의도를 차치하더라도 생동감 있는 인물들의 표정, 실제 쓰레기를 활용한 콜라주 등 작가의 재치만으로도 어른, 아이 모두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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