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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설]한국당, 누구와 무엇을 위해 동원 집회를 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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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이 주말인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또다시 장외집회를 연다.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조국 정국’이 일단락되면서 자연히 장외투쟁도 끝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번엔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대회’로 이름을 바꿔 계속하겠다고 한다. 황교안 대표는 18일 “이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저는 끝까지 투쟁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계속 함께해달라”고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경제·안보·민생·헌법질서 등 모든 것이 파괴되는 재앙적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국정 전환을 촉구할 양이면 국회 안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말처럼 국정상황이 위기라면 더욱 국회에서 정부·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마땅할 것이다. 수권정당을 꿈꾸는 제1야당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야당의 독무대라 할 수 있는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이를 뒷전에 두고 거리로 뛰쳐나가 낡고 상투적인 장외투쟁을 벌이겠다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집회이고, 무엇을 위한 투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당은 이번 집회를 앞두고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게 현역 의원은 최소 400명, 원외위원장 300명, 비례대표 의원은 150명 인원을 참석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보좌진은 전원 참석하도록 하고, 집회 동원을 인증하는 행사 전후 사진도 내라고 했다. ‘국민의 항쟁’이라더니 군사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동원 집회’ ‘관제 데모’를 그대로 재연하는 꼴이다. 지금 경기 지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초비상이고, 강원·경남·경북·제주 지역 농민들은 잇따른 태풍 피해로 한숨만 쉬고 있다. 이런 판국에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것부터가 민생은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한국당은 지난 5월과 8월에도 장기간 장외투쟁을 벌인 바 있다. 당 안팎에선 원외 신분인 황 대표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장외투쟁 카드를 활용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국당은 분기마다 32억원가량 국고지원금을 꼬박꼬박 타 간다. 정당이 정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만드는 데 쓰라고 국민의 세금에서 주는 돈이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장외집회를 한 번 여는 데 굉장히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 돈은 그런 데 쓰라고 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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