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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국감장에 '리얼돌' 들고온 이용주에… 여성단체 "국회 품위 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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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 성인용품 ‘리얼돌’을 들고 나온 이용주 무소속 의원에 대해 여성계가 비판에 나섰다. 이 의원은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산자위)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 리얼돌을 들고 나와 “세계 성인용 섹스토이 시장이 2020년 33조원으로 전망된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리얼돌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오른쪽)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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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국회 여성 보좌진으로 구성된 ‘국회페미’는 18일 페이스북에 긴급 성명을 내고 “국회는 국민들에게 정서적·물리적 유해를 가할 수 있는 ‘리얼돌’을 신성한 국정감사장에 가지고 와 국회의 품위를 떨어트린 이용주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국회페미는 “이 의원이 가져온 리얼돌이 여성 청소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체형을 가지고 있어 더욱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국회의원의 품위, 나아가 국가의 품위까지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므로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이 의원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리얼돌을 허용하는) 대법 판결 이후 청와대에서도 판결을 존중한다며 원천 수입 금지가 아닌 ‘특정 사항 유형’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침 등을 언급했는데 이후로 주무부처라고 나서는 곳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특정 사항 유형’이란 어린이의 모습을 한 리얼돌이나 특정 여성을 본딴 리얼돌을 뜻한다. 이 의원의 말은 이런 유형만 규제하고, 나머지 리얼돌 산업은 적극적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의 말이다.

국회페미는 이 의원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원 설명과 달리 리얼돌을 단순한 ‘성인용품’이나 ‘완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페미는 “리얼돌을 정말 ‘성인완구’로 여겼다면 이용주 의원은 리얼돌을 전 국민이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국정감사장에 가지고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신성한 국정감사장에 성기 모양의 성인완구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리얼돌이 ‘성인완구’가 아닌 인간으로 대상화 된 물체임을 인정하기에 본인의 옆에, 의자를 놓고, ‘리얼돌’을 앉힐 수 있던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도 비판 성명을 내고 “리얼돌이 당신에겐 성 산업이지만 여성들에겐 인권과 존엄에 대한 위협”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기 위한 국정감사 현장을 혐오와 우롱의 장소로 만들고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채 이용주 의원이 얻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려고 리얼돌을 국감장에 가지고 왔다는 사실은 리얼돌 논란이 함축한 여성 인권의 현실을 방증한다”며 “26만명이 청와대에 리얼돌 규제를 청원하고, 연일 반대 집회를 여는 상황에서 그가 대표하는 국민은 누구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리자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들은 여성을 남성의 성욕 해소를 위해 보급돼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인식을 리얼돌이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업체가 여성 연예인이나 지인 얼굴을 본딴 리얼돌을 맞춤제작하거나, 아동 형상의 리얼돌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목소리는 더 커졌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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