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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재건축 서둘자"…쌈짓돈 7억 모은 개포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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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2월 입주한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단지 전경. 이 단지를 시작으로 개포동은 2022년까지 총 1만8000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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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일종의 펀드를 조성하고, 추진위원회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이색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7억원을 모으기로 했는데, 모금 한 달여 만에 목표금액을 거의 다 채웠다.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강화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되레 강남 초기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면서 정비사업에 추진력이 붙는 모양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 6·7단지 조합원들은 지난 9월 중순부터 재건축 추진위원회 운영자금 모집을 위한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진행 중이다. 조합원은 추진위와 개별적으로 차용증서를 작성하고 100만~10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추진위 계좌로 송금한다. 추진위는 이 차용금을 사무실 임대료, 변호사 수임료, 직원 급여, 설계업체 선정 작업 추진비 등으로 쓸 예정이다. 이후 추진위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나 설계자를 선정하면, 협력업체로부터 차입금을 받아 조합원들의 원리금을 일시에 갚는 구조다.

임현상 개포주공6·7단지 추진위원장 당선자는 "한 달여 펀딩 작업을 통해 250여 명의 조합원이 총 6억7000만원의 차용금을 송금해줘 목표액 7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급한 추진위 운영자금을 마련한 것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개포동이 부촌으로 부상하자 주민들도 고급 설계와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조합설립을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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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는 지난 2월 추진위를 설립했지만 전임 추진위원장이 일신상 사유로 중도 사퇴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공회전됐다. 대행 체제이던 이 단지는 지난달 7일 주민총회에서 임현상 후보가 70% 넘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돼 강남구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내줄 차용금 이자는 서울시 정비사업 차입금리인 연 3.5%(세전 기준)로 정했다. 한국은행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1.25%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이자가 적지 않고 채무불이행 리스크도 낮아,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조합원 펀드 조기 마감의 가장 큰 이유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전 개포주공2)와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스(전 개포주공3)가 입주하면서 개포 신축 시세는 전용면적 84㎡ 기준 25억원 넘게 형성돼 있다. 여기에 개포주공 1·4단지와 개포시영 재건축까지 마무리되면 2022년까지 개포동에서만 1만8000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개포주공5단지도 설계공모 절차를 마치고 조합 추진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정일 개포주공5단지 추진위원장은 "현재 외부 설계공모 절차를 마무리했고 내년 초까지 조합설립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차기 재건축 주자인 개포 중층단지(주공 5·6·7)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특히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의 재건축 안전진단 탈락 이후 매도자 우위로 급변했다. 개포동 Y공인중개소 대표는 "개포 중층 3000여 가구 중 현재 매물로 나온 게 4가구인데 실제 거래될지는 두고 봐야 안다"며 "며칠 전에도 역대 최고가로 나온 로열층 매물에 매수자가 붙자 다시 안 팔겠다고 해서 무산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에 30년 넘은 아파트가 18만7000가구로 분당의 2배 정도 규모인데 재건축을 막아버리면 아파트 값은 공급 부족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재건축 단지는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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