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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국감에 ‘리얼돌’ 들고 나온 이용주…여성계 “성적 대상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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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국감 질의

여성계 “행태 자체가 충격적…여성의 현실과 우려 무시해”



한겨레

국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서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을 갖고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리얼돌을 산업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여성계에서는 줄곧 리얼돌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질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 나서 리얼돌을 옆에 두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이 의원은 “미국은 인공지능 기반 제품까지 출시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리얼돌을 규제가 아닌 산업적 측면에서 보고 있다”며 “한국이 전 세계 완구류 1위를 한 적도 있는데, 다른 종류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리얼돌을 허용) 대법 판결 이후 청와대에서도 판결을 존중한다며 원천 수입 금지가 아닌 ‘특정 사항 유형’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침 등을 언급했는데 이후로 주무부처라고 나서는 곳이 없다”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성 장관은 “시장에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한다면 어떻게 룰을 지킬지, 규제적 측면에 대해선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산업적 측면에서 지원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이 언급한 ‘특정 사항 유형’이란 청소년의 리얼돌 구매, 아동의 모습을 한 리얼돌, 리얼돌의 특정 인물 맞춤형 제작 등을 의미한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산업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지난 9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와대 청원에 대해 위 사항을 언급하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와 법적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리얼돌과 관련한 여성들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분야를 신산업으로 육성해야한다는 국회의원의 질의는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영 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국민의 대표성을 띠는 국회의원이 리얼돌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질의하는 것은 그간 청와대 청원을 하고 반대 집회를 열며 리얼돌 반대 활동을 펼쳤던 여성들의 우려를 무시하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이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린 뒤 일부 업체에서 주문자가 원하는 여성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에스엔에스 등에선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다. ‘아동 형상의 리얼돌, 주문제작 리얼돌등을 매개로 현실의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급기야 지난 7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20만명의 동의를 돌파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뉴스AS] 여성들은 왜 ‘리얼돌’ 판매에 분노하는 걸까요)

국감장에 리얼돌이 등장한 것 자체가 이미 여성의 몸이 대상화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희영 활동가는 “짧은 치마를 입고 힐을 신은 리얼돌이 국정감사에 등장한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라며 “그 자체로 자극적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어떻게라도 눈에 띄기 위해 여성이 처한 폭력적인 현실을 역으로 활용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의원실 보좌진, 국회사무처 직원 등 국회에서 일하는 여성 모임인 ‘국회페미’도 이날 긴급성명을 내어 “대다수의 ‘리얼돌’ 판매 사이트가 접속하기 위해 성인인증 절차를 두고 있는데 ‘전체연령가’인 국정감사장에 ‘리얼돌’을 전시한 것은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라며 “국회의원의 품위, 나아가 국가의 품위까지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므로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국회페미’의 긴급성명 전문이다.



[긴급성명]

‘리얼돌’은 산업이 될 수 없다,

이용주 의원은 사죄하라!

이용주(전남여수시갑, 무소속) 국회의원이 10월 1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쳐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여성 청소년과 비슷한 신체 크기의 ‘리얼돌’을 가지고 나왔다.

이용주 의원은 “산업적 측면에서 리얼돌을 봐야 한다”라며 “정부가 산업 진흥을 위해 리얼돌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한국이 전 세계 완구류 1위를 한 적도 있는데, 다른 종류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에선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리얼돌까지 개발했다”며 ‘리얼돌’을 단순한 ‘완구’로, 마치 경제 발전을 위해 국가가 장려해야 할 유망한 산업으로 표현했다.

‘리얼돌’을 정말 ‘성인완구’로 여겼다면 이용주 의원은 ‘리얼돌’을 전 국민이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국정감사장에 가지고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신성한 국정감사장에 성기 모양의 성인완구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리얼돌’이 사람처럼 생겼기 때문에, ‘리얼돌’이 ‘성인완구’가 아닌 인간으로 대상화 된 물체임을 인정하기에 본인의 옆에, 의자를 놓고, ‘리얼돌’을 앉힐 수 있던 것이다.

국정감사장에 청소년과 가족에게 유해를 끼칠 수 있는 ‘리얼돌’을 가져온 것도 문제다. 대다수의 ‘리얼돌’ 판매 사이트가 접속하기 위해 성인인증 절차를 두고 있는데 ‘전체연령가’인 국정감사장에 ‘리얼돌’을 전시한 것은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다. 이용주 의원이 가져온 ‘리얼돌’이 여성 청소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체형을 가지고 있어 더욱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는 국회의원의 품위, 나아가 국가의 품위까지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므로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

더욱 개탄스러운 점은, 이용주 의원이 2016년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권감수성도, 인지력도 없음이 드러난 의원이 국회에 발의된 모든 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 상정을 협상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얼마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경시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리얼돌’이 산업이 될 수 있는가?

인격 훼손이 산업이 될 수 있는가?

이용주 의원은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라.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분명한 이용주 의원의 발언 진행에 적절한 제재나, 제한을 가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쳐기업위원회는 반성하라.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들에게 정서적·물리적 유해를 가할 수 있는 ‘리얼돌’을 신성한 국정감사장에 가지고 와 국회의 품위를 떨어트린 이용주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

2019년 10월 18일 국회페미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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