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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단독] "왜 액상 전자담배 조치 없나···文 지적에 靑긴급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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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관계자 “현황 파악 시급, 곧 1차 대책 발표”

유해성 논란 갈수록 커져…미국서 33명 숨져

미국선 판매 제한 발표, 우리는 자제 권고만

30대 남성 의심 환자 발생해 연관성 분석 중

국내 유통 제품 상당수 통계 없고 성분 몰라

법적 허점 바꿀 필요 “빨리 개정안 통과돼야”

중앙일보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의 한 상점에서 점원이 전자담배를 정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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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것으로 의심되는 폐 질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전자담배 대응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가 긴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새로운 대책이 곧 나올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최근 ‘우리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나’라는 식으로 언급한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청와대서 사회수석 주재로 긴급회의가 열렸다"고 18일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아무 준비도 안 했던 건 아니고 미국에서 문제가 있다고 얘기 나왔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대통령 발언이 나온 김에 좀 더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제품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현황 파악이 시급하다.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주무부처 중심으로 빠른 시일 내에 1차 대책이 발표될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분위기상 뭔가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첫 삽을 뜬 수준이지만 곧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나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분주해진 이유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제품 사용이 늘면서 이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중증 폐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1479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33명은 숨졌다. 미 정부는 지난달 과일향 등이 첨가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내년 5월 재심사 전까지 판매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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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제품.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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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 ‘사용 자제’ 권고만 내린 상태다. 의료기관에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기침·호흡곤란 등 중증 폐 질환 사례가 나오면 즉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토록 했다. 그 후 액상형 전자담배를 2~3개월간 사용한 뒤 폐 질환 증세로 병원을 찾은 30대 남성 사례가 나왔다. 이 환자는 정부의 사용 자제 권고를 접하고 진료 5일 전부터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환자 증세가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의심 환자가 발생했지만 판매 제한 등 강력한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ㆍ담배사업법 상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내 유통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상당수는 연초 잎이 아니라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하고 있어 법적으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성분 물질이 어떤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에다 정확한 판매량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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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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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를 사용하는 흡연자나 간접흡연에 노출된 비흡연자들 모두 건강에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미국처럼 공중보건 위협을 이유로 제품 유통을 막을 장치도 따로 없다. 이 때문에 대한금연학회는 지난달 국회와 정부에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전자담배 규제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복잡한 배경 속에서 청와대가 직접 담배 규제 강화에 나서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건강증진법·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여야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담배 규제 강화에 미온적인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액상형 전자담배를 강력하게 규제하기 위해선 청와대의 의지만으로 안 되고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미국도 규제 법령이 있었기 때문에 판매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정부도 규제 작업에 빨리 나설 수 있다. 정부 부처들도 이번 기회에 다같이 모여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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